줄리엣(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은 여섯살 난 아들을 죽인 죄로 15년간 옥살이를 하고 석방된다. 그의 여동생 레아(엘사 질버스타인)는 언니를 반갑게 맞아 집으로 데려오지만, 남편은 끔찍한 죄를 지은 처형이 미덥지 않다. 줄리엣은 동생과 동생 가족, 보호관찰관들과 대화하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끝끝내 '왜'를 숨기던 그녀는 결국 레아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7일 개봉)'는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영화다. 문학작가이면서 영화감독에 데뷔한 필립 클로델의 세심한 연출도 뛰어나지만, 이 영화에서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의 표정 연기를 뺀다면 나머지 부분도 모두 바스러져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 '잉글리쉬 페이션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그녀는 이 영화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슬픔과 고통의 심연(深淵)에서 막 구조된 듯한 그녀의 얼굴은 얇은 불투명 유리로 빚은 것 같다. 영화 속 그녀의 상태는 섭씨 120도까지만 견딜 수 있는 내열용기에 용광로 쇳물을 흘려넣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과 비슷하다. 이런 연기를 훌륭하게 해낼 배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스토리는 높낮이가 요란하지 않다. 줄리엣이 숨겨두고 있던 비밀 역시 중반 이후엔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마음의 감옥 속에 스스로 들어가 문을 잠근 한 사람이 어떻게 다시 생기를 되찾는지 잔잔하게 묘사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신파 멜로드라마 같은 영화제목 속의 '당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순간 발목에 차오르는 감동이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