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포스터 앞에 선 제임스 카메론 감독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SF영화 ‘아바타(Avatar)’가 역대 최단기간에 전세계 매출 10억달러(약 1조1600억원)를 돌파하면서, 카메론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아바타는 4일 개봉 17일만에 전세계에서 10억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미국에서만 3억5210만달러를 벌었고, 미국 밖에서는 6억7000만달러를 추가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박스오피스에서 아바타는 3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 같은 아바타의 흥행 배경에 ‘제임스 카메론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4일 ABC뉴스에 따르면, 카메론 감독이 아바타를 제작할 당시 미국은 ‘리먼 브러더스 발(發) 금융위기’로 경기가 크게 위축돼 있었다. 관객들은 늘씬한 금발 미녀를 앞세운 호러(horror) 영화나 어린이 영화에 몰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천문학적인 제작비(2억4000만달러)를 들여야하는 SF영화는 헐리우드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이렇다할 ‘흥행보증수표’ 배우 없이 영화를 찍겠다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었다.

회의적인 주변 시선에도 불구하고, 카메론 감독은 새로운 영화 제작에 혼신을 기울였다. 제작비가 떨어지자, 자비까지 써서 신형 카메라 3종류를 개발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푸른 피부의 ‘아바타 원주민’과 실감넘치는 우주 전투 장면이 촬영됐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이전에도 여러차례 위험을 감수하며 영화를 찍은 적이 많았다. 1997년 개봉한 ‘타이타닉’을 만들 때도 그는 “더 이상 제작비가 초과되면 감독 월급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평론가들은 늘 카메론 감독에게 비호의적이었다. ‘타이타닉’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을 휩쓸기 전, 미국 영화평론가들은 타이타닉의 작품성을 깔아뭉개며 수 없이 ‘잽 공격’을 날렸다.

아바타 역시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았다. 몇몇 평론가들은 “영화 ‘늑대와 춤을’의 우주판”, “(파란 피부의 외계 원주민들이 베드신을 연출한 점에 빗대) 스머프 포르노”라는 리뷰를 쓰기도 했다.

카메론 감독도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아바타 개봉을 몇 주 앞두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모든 사람들이 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며 “(아바타를 본 사람으로서) 장담하건데, 여러분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영화”라고 했다.

아바타의 성공으로, 제임스 카메론은 ‘전세계에서 10억달러 매출영화를 2편 이상 만든 유일한 감독’이 됐다.

전세계 박스오피스 통계에 따르면, 아바타 이전에 매출 10억 달러를 넘긴 영화는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18억4287만달러)과,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11억1911만달러),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한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10억600만달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10억달러) 등 4편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미 2편의 초대형 흥행작을 제작한 카메론의 입지는 다른 감독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다.

아바타는 현재 역대 2위인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의 매출액에 근접하고 있으며, 조만간 1위 자리까지 넘볼 기세다. 20세기폭스사의 버트 리빙스턴(Livingston) 배급이사는 “아바타는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며 “한번 본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라고 했다.

미국 언론들은 “아바타가 4일 13억 인구가 사는 중국에서도 개봉을 했다”며 “당분간 흥행 질주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