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날이 온다!"
하급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차별에 시달려온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가 훗날 미쓰비시(三菱)그룹을 일으킨 친구 이와사키 야타로(岩崎彌太郞)에게 외쳤다. 3일 시작된 일본 공영방송 NHK 대하드라마 '료마덴(龍馬傳)'의 한 장면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변화를 추구하는 정열이 막말(幕末·막부시대 말기인 19세기 중반)의 오바마(Obama) 같았다"는 전문가의 시청 소감을 담았다. 첫회 시청률은 23.2%. 일본 드라마 시청률로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료마는 일본을 메이지(明治)유신으로 인도해 세계 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영웅. 고대에서 현대를 통틀어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1960년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소설 '료마가 간다'의 대히트로, 일본에서 '성장'과 '꿈'을 상징하는 인물로도 꼽힌다. 이런 료마가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4일 도쿄 중심가 마루노우치 빌딩 7층 전시장. '료마와 도사(土佐·료마의 고향)의 지사들'이란 기획전에 수백 명이 몰렸다. 절반이 여성이다. 과거 료마의 팬들은 소설 '료마가 간다'에 매료된 남성이었다. 샐러리맨으로 일본의 전성기를 지탱한 주로 60대 이상들이다. 하지만 최근 형성된 '레키조(歷女)'로 불리는 여성 사극팬들이 가세했다. 전시장을 찾은 40대 여성은 "앞으로 '료조(龍女)'라고 불러달라"며 웃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3일 "가고시마(鹿兒島)의 기리시마(霧島)신궁에 참배객이 대거 몰렸다"고 보도했다. 기리시마신궁은 료마가 신혼여행 때 들른 곳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료마 비즈니스'가 만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료마의 고향에서만 료마 사진을 상품에 사용하기 위한 라이선스 신청이 지난 12월 300건을 넘어섰고, '료마의 길'이란 이름으로 료마가 활약한 고치(高知)·나가사키(長崎)·교토(京都)를 연결하는 여행 상품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료마 붐'은 이번이 세 번째다. 고도성장기인 1960년대와 일본 경제가 최전성기를 맞은 1980년대에 소설 출간과 드라마 방송을 계기로 열기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은 일본 경제가 저(低)성장과 디플레이션(물가하락)으로 최악으로 침체된 상황이란 점에서 다르다.
이에 대해 드라마 '료마덴'의 스즈키 게이(鈴木圭) 책임 프로듀서는 "소외와 격차 문제로 발언권이 날로 약해지는 청년들에게 '나도 한 시대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사카모토 료마
1835년 일본 시코쿠(四國) 남부인 도사(土佐)에서 하급무사의 아들로 태어나 일본을 바꾼 영웅이 된 인물. 당시 최강 세력인 사쓰마와 조슈 지역의 동맹을 주도해 메이지유신을 성공시켰다. '개화(開化)'와 '존왕(尊王)'이라는 그의 사상은 근대 일본의 국가 철학을 규정했다. 1867년 유신 성공과 함께 반대파에게 암살돼 32세로 극적인 생애를 마쳤다.
입력 2010.01.05.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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