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31일자 A12면에 실린 '수능 응시횟수 연 2회 이상으로 늘린다'를 읽었다. 교과부와 대학교육협의회가 수능의 응시횟수를 늘리고 과목 수를 줄이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년 동안 입학사정관제나 방과 후 교육활동 활성화 등 다양한 교육정책들이 시행되었지만, 학부모들이 그 효과를 쉽게 체감하지 못한 것은 수능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수능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학교 교육만으로는 미흡하기 때문에, 경제 위기 속에서도 사교육비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이 '공교육 부실'을 사교육의 원인으로 지적하지만, 그보다는 수능 자체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
우선 수능의 출제 과목 수가 총 51개로 너무 많다. 예컨대 '아랍어'는 전국 2000여 개의 고등학교 어느 곳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2010학년도 수능에서 '아랍어'에 응시한 학생은 5만여명으로 '제2외국어/한문 영역' 전체 응시자 12만여명의 42.3%에 달했다.
그리고 직업탐구 영역의 '해사일반'의 경우 2010학년도 수능에서 응시자가 79명에 불과했고, 2008학년도에는 63명만 응시했다. 과목당 출제·시행·채점 등에 소요되는 인적·물적 자원을 감안한다면 지나치게 적은 인원이다. 이처럼 특이한 과목들을 포함하여 너무 많은 과목이 출제되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 교육과는 상관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과목 위주로 준비하게 된다.
수능의 내용이 학교 교육내용과 다른 것도 문제다. 학교에서는 교과위주로 가르치고 수능에서는 통합교과적으로 출제한다. 수능 과목의 명칭도 학교에서 가르치는 국어·수학·영어가 아니라 언어영역·수리영역·외국어영역으로 되어 있다. 학교에서는 '국어'를 배워서 내신에 대비해야 하고, 학교 밖에서는 '언어영역'에 대한 수능 준비를 해야 하는 형국이다. 내신은 내신대로 수능은 수능대로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행학습·문제풀이·암기훈련 등을 위주로 하는 사교육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이 밖에도 수능을 1년에 1회만 실시하고 점수의 유효기간도 1년으로 제한하고 있어서,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큰 부담감이 사교육비의 지출을 늘리게 한다.
이러한 수능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제 및 응시과목 수를 줄이고, 학교 교육과의 연계를 강화하여 학교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수능도 잘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수능을 1년에 2회 이상 실시하고 점수의 유효기간을 2년 이상으로 하는 등 수능을 바꿔야 교육이 제대로 살아날 것이다.
입력 2010.01.0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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