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꽃게잡이 어선만이 드나들던 조그마한 포구였던 경기 평택항. 최근 이곳에는 대형 선박과 자동차 수출 전용선(car carrier)이 많이 드나들고 있다.
평택항은 평균 수심이 14m, 수심 편차가 8m 미만으로 대형 선박의 기항이 가능하고 항행과 접안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 태풍의 피해를 거의 받지 않는 천혜의 지리적 여건도 지녔다.
연간 1600만t의 하역능력을 갖춘 이곳의 최대 수출품은 자동차다. 연간 60만 대를 수출한다. 자동차 수입량도 1위다. 수입차의 최대 소비처가 수도권이라 수입상들이 평택항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평택항 동부두 8번 부두에 5만t급 자동차 수출 전용선이 2대 정박했다. 이 배에는 소형차 7000대를 한번에 싣고 운반할 수 있다. 자동차 5대가 한 조로, 4대는 10cm 간격으로 빽빽하게 주차한다. 운전자들은 마지막에 따라온 차를 타고 다시 하역장으로 나온다. 배 높이만 12층. 꼬박 12시간이 지나야 자동차 7000대가 실린다.
기아차 화성공장, 현대차 아산공장,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만든 자동차가 모두 평택항을 통해 수출된다. 그중에서도 기아차 모닝, 쏘울, 스포티지 차량이 주력을 이룬다.
1988년 우리나라 경제가 급성장하던 시절 인천항을 제외한 수도권에는 마땅한 수출입항구가 없었다. 수도권 물류는 대부분 인천항을 이용했다. 이때문에 인천항에는 하역하기가 한 달 이상 걸리는 체선현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또 경인고속도로의 정체로 물량 운송에 과부하가 걸렸다.
결국 인천항의 대체 수출입 항구로 평택항이 지목됐다. 평택항이 수출입항구로 역할을 한 지는 8년째. 평택항에서 전용부두를 사용하는 포스코의 관계자는 "포항에서 서울까지는 5시간이 걸리지만, 평택에서 서울까지는 1시간밖에 안 걸려서 웬만한 철재는 평택까지 배로 운반한다"고 말했다. 물류비를 40% 줄인 것은 물론이고, 차량사고도 크게 줄어 회사에 이득이 된다는 설명이다.
평택항의 물동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기에도 평택항은 국내 항구 중 유일하게 5.7%나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서해항구 중 처음으로 미주에 취항했고, 지난해 8월에는 지중해를 거쳐 유럽항로를 개설했다.
자동차 수출항으로서의 입지가 탄탄해지면서 지난 5월에는 세계적인 자동차 환적항인 벨기에 지브루게항의 제안으로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평택항은 지난 11월 해운·항만 관련기관이 들어선 마린센터를 건립해 항만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항만 이용 고객에게 원스톱(One-Stop) 항만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평택항만공사 홍보마케팅팀 김정훈 과장은 "최근 평택항은 중국 랴오닝성에서 한반도와 큐슈에 이르는 경제지역의 환적항으로 발돋움했다"며 "활발한 물류활동을 위해 입주기업에 약 10억원의 인센티브와 법인세 감면을 비롯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서해안 골드 코스트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 코스트(Gold Coast)는 호주 퀸즐랜드 주의 도시 이름. 썬 샤인 스테이트 (Sunshine State)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정도로 일 년 내내 금빛 햇살이 아름다운 바다이다. 관광과 문화, 산업과 자연이 금빛으로 빛나는 2000km에 달하는 해변(골드 코스트)이 바로 경기도 서해안 발전 전략이 지향하는 한국형 골드 코스트이다.
서해안 골드 코스트 사업은 시화 멀티 테크노밸리, 시화호 조력발전소, 송산그린시티, 유니버설 스튜디오, 전곡해양산업단지, 황해경제자유구역 등이 있다. 시화 멀티 테크노 벨리는 지난해 초 매립공사가 시작된 후 현재까지 1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곳은 미래형 최첨단 벤처산업기능을 담당한다. 시화 조력 발전소는 높이 34m, 아파트 12층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천할 예정이다.
송산 그린시티는 미래형 친환경 관광, 레저 복합도시로 만들어진다. 시화호 남측 간석지는 마린리조트, 테마파크, 공룡 알 화석지, 국립자연사박물관, 사이언스파크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2013년 세계 3곳뿐인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서해안 골드코스트에 들어서면 싱가포르와 두바이에 이어 6번째가 된다. 전곡 해양산업단지는 국제적 수준의 마리나 항을 비롯한 해양 레저산업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은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공항과 평택, 당진항이 옆에 있어 좋은 입지 조건을 갖췄다.
경기도 관계자는 "예전에는 바다하면 남해와 동해를 떠올렸지만 앞으로는 서해가 우리나라 바다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며 "서해안 골드코스트 프로젝트는 관광산업뿐만 아니라 산업과 관광을 유기적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