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국내 드라마 시장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다양한 이슈와 트렌드가 나타났고, 수많은 별이 뜨고 졌다. 그 중에서도 배우와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면 좀더 뚜렷한 명암의 대비를 느낄 수 있다. 2009년 안방극장을 좌지우지한 스타플레이어와 그 캐릭터를 들여다봤다.





'왕언니' 전성시대
62년생 최명길서 72년생 장서희까지 '강한 여자 신드롬'

▶여자는 약하나 '왕언니'는 강하다

안방극장에 '왕언니 태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최명길(천하무적 이평강) 전인화(미워도 다시한번2009) 황신혜 오연수(이상 공주가 돌아왔다) 채시라(천추태후) 김혜수(스타일) 고현정(선덕여왕) 김남주(내조의 여왕) 장서희(아내의 유혹) 등 3040세대 '왕언니들'이 앞다퉈 관록을 뽐낸 한 해였다. 1962년생 최명길에서 1972년생 장서희까지 '왕언니파' 멤버들은 출연작마다 돌풍을 일으키며 시청률 상승을 이끌었다.

이들은 '강한 여자 신드롬'의 주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예전 같으면 현모양처 역할에 머물렀을 연령대임에도 전통적인 여성상을 뛰어넘는 '신여성시대'의 선구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시청자들 역시 역경을 헤쳐나가는 강한 여인들에 환호했다.

'아이리스'의 북한공작원 김소연(29)은 아직 왕언니로 불릴 나이는 아니지만 여전사의 강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1994년 데뷔 이후 15년만에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가수들' 투잡시대
김현중-이승기 등 드라마 합격…손담비 등은 연기력 논란

▶연기도 잘 하네 VS 노래만 하세요

가수 출신 연기자들은 희비가 뚜렷이 엇갈렸다. 단번에 합격점을 받은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연기력 논란과 함께 '한자릿수 시청률'로 굴욕을 곱씹은 이들도 있다. '꽃보다 남자'의 김현중과 김준,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는 성공적인 캐스팅으로 호평을 받은 반면, '맨땅에 헤딩'의 정윤호(동방신기)나 '드림'의 손담비는 쓴맛을 봤다. 이들 가운데 김현중과 이승기는 올해가 최고의 한 해라 할 만큼 만능 엔터테이너로 우뚝 섰다.

'아이리스'의 최승현(빅뱅)은 호평과 악평이 교차하고 있고, '미남이시네요'에 출연했던 유이(애프터스쿨)와 이홍기(FT아일랜드)는 비교적 합격점을 받은 케이스다.

'자명고'의 정려원(내 이름은 김삼순ㆍ이하 전작)과 '신데렐라맨'의 윤아(너는 내 운명), '태양을 삼켜라'의 성유리(쾌도 홍길동)는 전작에서 상한가를 쳤다가 올해 들어 다소 주춤한 가수 출신 스타들이다.






'닮은꼴' 커플시대
이민호-구혜선 등'캔디형'…윤상현-김남길 등은 테리우스

▶2009년 베스트커플은 캔디 & 테리우스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이민호 분)와 금잔디(구혜선 분), '찬란한 유산'의 선우환(이승기 분)과 고은성(한효주 분)은 닮은꼴 커플이다. 많은 것을 가진 남자와 '고난 극복'을 숙명으로 안은 여자의 티격태격 사랑얘기다. '내조의 여왕'에서 허태준(윤상현 분)과 천지애(김남주 분)의 관계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내의 유혹'에선 민건우(이재황 분)와 구은재(장서희 분)가 그랬다. '천하무적 이평강'의 우온달(지현우 분)과 이평강(남상미 분)도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역시 대중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커플들이 올해도 강세를 이어갔다.

이민호-이승기-윤상현은 2009년에 확 뜬 깜짝스타라는 공통점도 있다. 우수한 하드웨어(외모나 몸매)를 기본사양으로 탑재한데다 신선한 소프트웨어(독특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언뜻 보면 '잔뜩 비뚤어진 성격'처럼 보이지만 근본은 착하다는 게 특징이다. '선덕여왕'의 김남길도 여기에 해당된다. 여성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면서 스타덤에 올라섰다.








딱 떨어지는 원톱이 없다…
'누굴 줄까? 방송 3사 연기대상 고민
▶그렇다면 2009년 연기대상은?

방송 3사 모두 고민이 깊다. 물론 행복한 고민이다. 딱 떨어지는 '원톱'을 가리기가 너무 힘들다. MBC는 '선덕여왕'의 고현정(미실)과 이요원(덕만)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내조의 여왕' 김남주도 둘째 가라면 서러운 시청률 효녀다. 쉽게 점치기 힘들다.

SBS는 '스타일'의 엣지있는 카리스마 김혜수, '찬란한 유산'의 이승기-한효주 커플, '아내의 유혹'의 장서희, '카인과 아벨'의 소지섭을 놓고 저울질이 한창이다. 다섯손가락 중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 역시 박빙의 승부가 점쳐진다.

KBS는 '아이리스'의 이병헌, '천추태후'의 채시라, '솔약국집아들들'의 손현주가 미묘한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방송사마다 연기대상 후보들간 우열을 가리기 힘든 탓에 벌써부터 '공동수상이 모범답안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