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란처럼 (핵무기에 관한) 국제규범을 교란시키는 국가를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이 10일 북한에 대해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노르웨이 오슬로 시(市)청사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 수락 연설에서였다. 이날 전 세계에 중계된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2차 대전 후 우리 미군의 희생이 독일에서 한국에 이르기까지 평화와 번영을 지켜왔다"며 "앞으로도 미국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평화는 목표(goal)지만 그 과정에서 때때로 전쟁이 필요하고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 "수상에 대한 비판 의견은 시기상조(premature)"라며 "나는 새로운 세기에 등장할 새로운 위협에 맞서는 데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市) 청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평화상 증서와 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의 박수치는 사람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토르비외른 야그란드 위원장.

하지만 그의 노벨평화상 수상엔 '전시(戰時)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할 수 있느냐는 비판 여론이 여전히 따라다닌다. 특히 그가 지난 1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3만명의 미군을 증파(增派)하기로 결정한 지 불과 9일 만에 평화상을 받은 게 이런 비판을 부각시켰다. 또 중동 평화나 북한·이란의 핵개발 문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상을 받은 데 대한 부정적 여론도 여전하다. 이날 '노르웨이 평화위원회' 소속 회원 등 반전(反戰) 시위대 5000여명은 오슬로 시청에서 노르웨이 국회의사당까지 행진을 벌이며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증파 결정을 비난했다.

미국 코네티컷주(州) 퀴니피액(Quinnipiac)대학이 지난 1~6일 전국의 유권자 23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이 "적합하지 않다"고 했고, 수상 자격이 있다는 답변은 26%에 불과했다. 20년 전인 1989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던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Dalai Lama)도 "오바마의 수상은 약간 이르다(a little early)"고 BBC에 말했다.

오바마는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질 것에 대비, 오슬로 도착에 앞서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과 마틴 루터 킹 목사 등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연설문을 읽어 보고 공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여론의 부담 때문인지 의전(儀典)에 벗어나는 행동으로 눈총을 받았다. 수상자들의 관례인 노르웨이 국왕의 오찬 초청을 거절했고, 노벨 콘서트와 기자회견에도 불참했다. 미 백악관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유럽 언론들은 이런 오바마의 행동을 "무례하다(rude)"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