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영토의 동서 길이는 약 9000㎞. 유럽에서 아시아에 걸친 이 광활한 영토를 나누는 11개의 시간대는 한때 '제국의 자랑'이기도 했다. 세계 육지 면적의 9분의 1을 차지하는 러시아의 시간대는 GMT(그리니치표준시)보다 2시간 앞선 서쪽 끝 폴란드 국경지역에서부터 GMT보다 12시간 앞선 동쪽 끝까지 펼쳐진다. 러시아 서쪽 끝에서 오전 8시 아침식사를 할 때, 동쪽 끝에서는 오후 6시에 저녁식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에선 이 시간대를 수개로 축소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지난달 드미트리 메드베데프(Medvedev) 러시아 대통령은 경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간대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서 길이가 약 4800㎞인 미국 본토(알래스카·하와이 제외)에는 시간대가 4개만 존재하며, 동서가 약 5000㎞인 중국에선 수도 베이징 시각에 맞춰 하나로 통일돼 있다. 반면 러시아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에 사는 사업가는 거주지보다 7시간 늦은 모스크바의 은행과 연락하기 위해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현재 러시아 내에선 시간대를 ▲칼리닌그라드 ▲모스크바 ▲우랄산맥 지역 ▲시베리아·극동 지역 등 4개로 축소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검토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간대를 축소하는 것은 지역적 다양성을 무시한 '전체주의적' 결정이며, 11개 시간대는 현대 러시아인들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문화유산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