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일본 표준시를 쓰기 때문에 실제로 해가 가장 높이 떠 있는 시간이 낮 12시가 아니라 낮 12시 30분으로 30분 차이가 난다는데 사실인가요? 사실이라면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 경남 김해시 독자 안효천씨
A: 우리나라 표준시는 100년간 네 차례 바뀌어… 1시간 시차 두기 위해 일본과 같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정해
우리나라는 일본 표준시와 동일한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게 맞습니다. 세계의 표준시간은 지난 1884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만국지도회의'에서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통과하는 경선을 '본초 자오선'으로 정하고, 경도 15도를 지날 때마다 1시간의 시간차를 두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표준시간(우리나라 표준시를 알려주는 세슘원자시계·3만년에 1초정도 틀리는 정밀 시계다)은 지난 100년간 4차례나 변경되는 수난을 겪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조선시대 말 우리나라 표준시는 중국 산둥반도를 지나는 동경 120도가 기준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서양식 시간대를 처음 도입하면서 1908년 대한제국은 한반도 중앙을 가로지르는 동경 127.5도를 표준시로 선포했습니다. 이럴경우 일본과는 30분의 시차가 납니다.
그러나 일제는 조선을 침탈한 뒤 표준시를 일본이 사용하는 동경 135도로 바꿨습니다. 광복 후 1954년 우리는 표준시를 동경 127.5도로 변경했지만, 1961년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다시 군사작전의 불편 등을 이유로 일본과 같은 동경 135도를 표준시로 변경하고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일본과 같은 시간대를 쓰는 것은 '일제의 잔재'라는 이유로 시간대를 우리에 맞는 동경 127.5도로 쓰자는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천문역리학연구회 '우리시간찾기 범국민운동본부' 이상엽 학술위원장은 "우리가 현재 쓰는 동경 135도는 울릉도 동쪽 350㎞를 통과하는 자오선으로 우리와 맞지 않는 일제의 잔재이니, 예전처럼 한반도 중심을 지나는 동경 127.5도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00년 8월에도 조순형 의원 등은 한국인 생체리듬에 맞는 표준시인 동경 127.5도로 변경이 필요하다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길이시간센터 권택용 박사는 "대부분 국가가 국제 표준시에서 1시간 단위의 시차를 주고 있는데, 동경 127.5도를 사용하면 30분 시차가 나기 때문에 국제화 시대에 비효율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권 박사는 "현재 국제 표준시에서 15분·30분 단위로 나눠 쓰는 곳은 네팔이나 호주의 일부 주 등 10곳 이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한 시간 단위의 자오선을 고르려면 동경 120도보다는 동쪽에 있는 동경 135도가 더 낫다고 합니다. 본의 아니게 일본보다 30분 일찍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야 하지만, 30분 일광 시간이 길어지는 효과가 있어 에너지 절약에도 좋다는 것입니다. 표준시를 동경 127.5도로 바꾸자는 주장이 반대에 부딪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