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대통령은 1일(현지시각)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1세 미만 영아와 임신부들을 위한 약물 치료를 조기에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지난달 30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새로운 에이즈 감염 예방 지침에 따른 것이다.
주마 대통령은 이날 에이즈 면역세포인 CD4 수치에 상관없이 1세 미만의 모든 영아에 대한 에이즈 치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임산부를 포함한 모든 에이즈 환자들의 경우 CD4의 수치가 350개 이하로 내려가면 증상에 상관없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남아공의 에이즈 예방 지침의 변화는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 시절 취해졌던 방식과는 확연히 차별된 것이다. 당시 보건부 장관은 항바이러스제 복용 대신 마늘과 사탕무를 섭취할 것을 권했는데, 하버드 대학의 한 연구팀은 연구를 통해 이러한 조치에 따라 남아공 국민 30만 명 이상이 조기에 사망했다고 결론내렸다. 남아공은 지난 1990년 이래 에이즈로 인한 어린이 사망률이 가장 높은 12개 국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또한 총 인구 5000만 명 가운데 약 570만 명이 에이즈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마 대통령은 이날 남아공 전역으로 방송된 연설을 통해 새로운 에이즈 예방 지침이 내년 4월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치료는 무료로 실시될 예정이나, 이날 주마 대통령은 이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한편 부인 3명을 두고 있는 주마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에이즈에 감염된 가족의 친구를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에이즈 감염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혼외정사 후 샤워를 했다고 증언했을 만큼 에이즈에 대해 무지하다.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의 마이클 시디베 대표는 이날 주마 대통령이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기에 앞서 연단에 나가, 주마 대통령에게 "오늘부터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프리카 전역의 에이즈의 역사를 다시 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