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필리핀 남부 마긴다나오 주(州)의 산악 지대에서 발생한 대형 정치테러의 희생자가 26일 오후 현재 57명으로 확인된 가운데, 용의자인 안달 암파투안(Ampatuan) 주니어 다투 운세이시(市) 시장의 신병이 필리핀 검찰에 인도됐다.
필리핀 검찰은 암파투안 주니어 시장의 신병을 가족들로부터 인계받아 육군 헬기를 이용해 인근 도시로 이송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암파투안 주니어 시장은 제너럴 산토스시(市)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혐의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며 "내 양심은 깨끗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내년 5월 마긴다나오 주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려는 이스마엘 망우다다투(Mangudadatu) 불루안 시(市) 부시장을 대신해 후보 등록을 하러 가던 부인과 지지자들, 이들과 동행한 지역 언론인들이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돼 집단으로 살해된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안달 암파투안 시니어 마긴다나오주 주지사가 아들에게 주지사직을 물려주려고, 이 지역의 정치적 라이벌 가문인 망우다다투 부시장의 세력을 살해한 것으로 본다.
비정부기구인 '시민 통치 권력을 위한 센터'에 따르면, 필리핀은 최소 250개 이상의 정치 가문이 지역을 지배하는 정치 구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건이 일어난 필리핀 남부에 위치하며, 이 지역의 정치는 '피를 보는 스포츠(blood sport)'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2007년 선거에선 126명이 정치 테러로 사망했고, 2004년 선거에선 189명이 목숨을 잃었다.
필리핀에서 정치 테러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강력한 토호 세력의 존재 ▲현 아로요 정권의 부패와 무능 ▲무기가 만연한 환경 등이 꼽힌다.
학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암파투안 주지사는 2004년 대선 때 아로요 대통령을 적극 후원했으며, 아로요 정부와 라카스 기독무슬림민주당(Lakas-CMD) 연합이라는 정치 동맹을 맺고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대선 때 마긴다나오 주 일부에서 100%의 득표율을 얻었다고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모니터는 보도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학살 사건 직후인 24일 암파투안 일가와의 정치적 연대의 단절을 선언하고 "학살 용의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리핀 스타' 등 현지 언론들은 "대통령과 밀접한 정치적 관계를 맺고 있는 암파투안 주지사를 경찰이 조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력 2009.11.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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