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석굴암은 당장 주저앉을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주실(主室) 돔 지붕의 앞쪽은 함몰돼 있고, 전실(前室)은 전각(殿閣)도 없이 기왓장과 석재들이 뒹굴고 있다. 검은 제복의 관헌들은 석재와 기와 더미에 함부로 걸터앉아 있고, 본존불(本尊佛) 무릎에 의기양양하게 앉아 있는 검은 실루엣의 인물이 보인다. 1909년 4월 말, 석굴암을 찾은 소네 아라스케 부(副)통감 일행을 찍은 이 사진은 석굴암 모습이 담긴 최초의 자료로 남았다.
대한불교조계종·동국대 공동기획으로 12월 1일 서울 조계사 내 불교중앙박물관(관장 범하스님)에서 개막하는 《석굴암 백년의 빛》 특별전은 석굴암의 변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1910년대의 수리 공사, 1960년대 보수 공사 등 지난 한 세기 석굴암 역사를 보여주는 주요 기록 사진과 관련 유물 등 260여 건이 선보인다. 성낙주 석굴암미학연구소장이 20년간 수집한 사진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저명한 미술사학자 세키노 다다시(關野貞)가 1909년 12월 촬영한 본존불 사진은 먼지가 끼어 까맣게 변한 불상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성낙주 소장은 "본존불이 비바람을 맞고 10년 이상 처참하게 보낸 모습"이라고 했다.
처음으로 석굴암 조각상 36개의 모습을 모두 담은 사진도 공개됐다. 일본의 사진회사인 도요켄(東洋軒)이 1912년 늦가을 촬영해 〈신라고적 석굴암 석불〉이라는 사진첩에 실은 것이다.
이번 특별전은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되며, 특별전에 나온 자료들을 담은 같은 제목의 사진집도 출간됐다.
입력 2009.11.2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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