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안평3리에서 20년째 화훼농사를 짓는 주민 손부전(51)씨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이천스포츠센터다.
매일 오전 6시쯤 스포츠센터에 도착한 손씨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1시간 동안 50m레인 10개가 완비된 국제 규격 수영장에서 자유수영을 즐긴다. 운동이 끝나면 수영장에 딸린 최신식 샤워시설과 사우나를 이용한 뒤 집으로 돌아와 오전 7시 30분쯤 농장일을 시작한다. 어떤 날은 일을 마치고 저녁에 샤워시설과 사우나만 이용하러 스포츠센터에 들르기도 한다.
"월 회원권을 끊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당연히 안 들죠. 우리 마을에 이런 최신식 스포츠센터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소각시설 유치 후 지어진 스포츠센터
손씨가 이용하는 이천스포츠센터는 안평3리 주민들이 마을 내에 동부권광역자원회수시설을 유치하면서 반대급부로 얻은 편익시설이다. 수영장 뒤편에는 잔디 축구장이 펼쳐져 있다. 테니스장 3면, 족구장 1면, 배드민턴장 4면이 실외에 조성됐고, 주민편익동 안에는 건강 관리를 위한 헬스클럽과 에어로빅장 등이 마련됐다. 모두 자원회수시설 건립 동의로 얻어낸 시설들이다.
수년간 이어진 갈등 끝에 이천에 들어선 자원회수시설은 작년 11월부터 공식 가동을 시작했다. 이천·광주·하남시와 여주·양평군 등 경기도 동부권 5개 시·군에서 발생한 소각 가능 쓰레기가 하루 평균 200t이 이곳에 모인다. '자원회수시설'로 부르지만 과거 용어로는 '쓰레기소각장'이다. 전국 처음으로 '광역' 단위 자원회수시설이 건립된 이곳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이 님비현상을 극복하고 '합동 작품'을 만들어낸 성공 사례다.
◆중앙 냉·난방시설 갖춰
자원회수시설이 들어선 안평3리를 포함해 호법면 주민들은 스포츠센터 이용시 80% 할인을 받는다. 수영·헬스·에어로빅 등의 1개월 회원권은 5만원이지만 호법면 주민은 1만원만 낸다. 여러 달치를 한꺼번에 끊으면 추가 할인도 된다. 손씨의 경우 3개월분 자유수영 일반회원권 13만원의 80%인 2만6000원만 내고 3개월을 이용한다.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수영장을 다녔다는 김은혜(58)씨는 "인구 20만명인 이천시에 이런 수준의 스포츠센터가 있다는 건 큰 복이자 자랑"이라며 "문을 열고 나가면 1층 야외와 연결돼 공기 순환도 잘 되고 자연 채광이 되는 덕에 대도시 지하 실내수영장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헬스장 회원인 퇴역 군인 이지벽(86)씨는 "10㎞ 떨어진 증포동 집에서 이곳까지 매일 와 헬스로 건강을 관리한다"고 했다.
안평3리 주민들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혜택은 60가구 각 가정에 공급되는 중앙난방이다. 주민들은 예전 겨울철마다 보일러 기름값으로 300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했지만 올해 초부터는 쓰레기 소각열을 활용한 중앙난방 혜택을 보고 있다. 여름철에 사용하라고 15평형 에어컨도 지원받았다. 에어컨용 전기요금만 부담하면 냉·난방 모두 무료로 공급받는 것이다.
◆수익금 주민들에게 공평 지급
이천시는 1995년부터 독자적 소각시설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로 무산됐다. 이천시는 포기하지 않고 안평리 등 지역 주민들을 데리고 경기도 구리와 수원 영통, 서울 노원구 등 소각시설 선진 지역을 견학했다. 그러자 주민들 의식도 변하기 시작했다.
이천시청 이종관 환경시설팀장은 "무엇보다 환경과 건강에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따르면 현재 150m 높이 굴뚝에서 24시간 나오는 배출가스의 다이옥신류 농도는 배출 허용 기준(0.1나노그램)보다 훨씬 낮은 0.002~0.007나노그램이다.
시(市)와 주민들의 가교 역할을 하는 주민지원협의체 사무국장 정홍전(49·안평3리)씨는 "처음 소각장을 세운다고 했을 때 드럼통에 쓰레기를 넣고 태우는 줄 알았다"며 "견학을 다녀보니 편견이라는 걸 알게 돼 광역 소각시설 논의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스포츠센터와 냉·난방 공급 외에도 30억원의 지원금을 현금으로 받았다.
마을의 소득 창출을 위한 기반 시설도 지원받았다. 주민들은 공동으로 경영하는 화훼영농법인을 설립, 수출을 목표로 장미 등을 재배할 계획이다. 최근 소각동 인근 3만㎡ 부지에 화훼단지 3개 동과 저온저장고 1개 동을 55억원을 지원받아 완공했다. 수익은 지분을 가진 주민들이 공평하게 나눌 예정이다.
정홍전씨는 "이천시 다른 지역에서는 '우리가 유치할걸'이라며 후회를 많이 한다"며 "경기도 안양이나 화성, 대전, 충북 충주, 강원 춘천 등의 주민과 공무원들이 벤치마킹하러 끊임없이 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