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맑은 강가엔 토종 식물들이 무성히 자란다. 이중 창(窓)과 자연 채광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인 빌딩 옥상에는 녹색 정원이나 태양광 발전 판이 자리 잡았다. 자동차는 모두 가솔린 대신 전기나 바이오연료로 움직인다. LED 전구로 밝힌 밤거리엔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돌아가는 소리가 낮게 깔린다….

유럽의 친환경 도시 얘기가 아니다. 세계의 오염 공장으로 오명(汚名)을 쌓아온 중국 곳곳에 친환경 '에코 시티(eco-city)'가 추진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 에너지 효율은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은 최소로 줄이는 '에코 시티' 개발은 국가의 존망(存亡)이 걸린 불가피한 선택이다. 중국의 도시 인구는 2020년쯤까지 매년 1800만명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더구나 중국에서 도시 주민은 농촌 주민보다 3배 더 많은 임금을 받고 3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대규모로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과거의 도시 개발 방식으로는 더 이상 버텨낼 수 없는 지경이다. 추바오싱(仇保興) 중국 건설부 부부장(차관)은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에 "중국은 도시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50여곳에 에코 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선두에 선 것은 톈진(天津). 소금기가 많아 버려진 땅이었던 톈진시 바닷가 빈하이신구(濱海新區)를 중국 에코 시티의 모범 사례로 개발하기 위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고촉통(吳作棟) 싱가포르 선임장관이 직접 협약을 맺었다. 톈진시는 지난달까지 국내외 기업과 총 85건 140억위안(약 2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도 맺었다.

상하이에 거의 유일한 대규모 미개발 지역인 충밍(崇明)섬의 둥탄(東灘) 신도시도 에코 시티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상하이 시내와 충밍섬을 잇는 창장(長江)대교가 개통되면서 외국기업들의 투자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차이나데일리는 보도했다.

후베이(湖北)성 셴닝(咸寧)시는 지난달 24일 에코 시티 건설을 위해 독일 다국적 기업 지멘스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 협약을 맺었다. 친환경 빌딩, 고효율 발전소 등 4개 시범 프로젝트도 구체화했다. 북동부의 중공업 허브인 랴오닝(遼寧)성의 선양(瀋陽)시, 마카오 남쪽 헝친(橫琴)섬 등도 에코 시티 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국에서 에코 시티 건설 붐이 일면서, 다국적 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맞았다. 지멘스 차이나의 경우 50억위안(약 8500억원)을 에너지효율과 친환경 기술 및 솔루션 개발에 투자했다. GE의 경우 에너지·교통·수처리 등 환경 산업의 중국 매출이 작년 8억달러로 그전 해보다 두 배로 늘었다.

리처드 하우스만(Hausmann) 지멘스 동북아·중국 CEO는 "중국은 최근 수년간 지속 가능한 성장 측면에서 매우 인상적인 발전을 이뤘다"며 "지멘스는 중국 내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먹고 자고 놀면서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