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군 조성면 조성리 저습지 유적에서 2000년 전 연약한 지반을 보강하기 위해 부엽공법(敷葉工法)을 사용한 보(洑) 시설이 확인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대한문화유산연구센터의 이영철 원장은 "기원전 1세기~기원후 1세기 농경을 위해 옛 물길에 조성한 보 시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점토와 나뭇잎·풀, 나무 말뚝 등을 5개 층 이상 번갈아 쌓은 부엽층(전체 길이 210㎝)이 확인됐다"고 10일 밝혔다.
부엽공법은 제방이나 도로, 성(城) 등을 쌓기 위해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깔아서 기초를 만드는 고대의 토목공법이다. 조성리 유적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부엽공법이 확인된 서울 풍납토성(3~4세기 조성)보다 최소 200년 이상 앞설 뿐 아니라 이 공법이 활용된 동아시아 치수(治水) 관련 유적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 주목된다.
조현종 국립광주박물관장은 "기원 1세기 전후의 유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부엽공법을 사용한 치수 관련 유적 중 가장 오래된 사례"라며 "부엽공법은 중국에서 시작돼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번 유적을 통해 볼 때 우리나라 토착의 하천 치수 및 관개기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길은 크게 3부분에서 곡류하고 폭 300~900㎝, 깊이 30~84㎝ 규모이며, 보 시설은 물길이 곡류하기 직전 좁아지는 두 곳에 물길을 가로지른 상태로 설치됐다. 이 원장은 "처음에는 단순한 수중보 시설로 생각했으나 유구의 이전 과정에서 '흑색점토층→부엽포함층→흑색점토층→부엽+목조결구층→흑색점토층' 등으로 퇴적된 최소 5개 층 이상의 단면이 확인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