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T―뉴스 박현민 기자] 미실이 10일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자살로 불꽃 같은 삶을 마감한다. 시청자들은 미실의 하차에 큰 상실감을 표하며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자결하는 순간 입을 마지막 의상과 장신구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미실은 1회부터 50회에 걸쳐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다양한 의상과 장신구를 선보여 신라시대 패셔니스타로 각광받았다.

미실의 의상과 장신구는 시대의 흐름과 권력의 변화에 따라 함께 바뀌어왔다. 크게 '극초반 삼대(진흥왕-진지왕-진평왕)의 왕을 모신 시기-권력을 쌓아가는 시기-미실의 난을 일으키며 최고 권력에 오른 시기-미실 최후의 순간' 등으로 나누어 구분할 수 있다.

사진제공=MBC '선덕여왕' 의상팀

▶ 미실 최후의 순간? 강렬한 붉은색으로

미실 의상의 기본 콘셉트는 보라와 검정 계통의 의상이다. 1회부터 50회에 이르기까지 미실 의상의 기본 형태 자체는 거의 변화가 없다. 다만 1회에서 7회에 이르기까지의 극 초반부 3대에 걸친 왕을 모시는 동안 미실의 의상은 세월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를 줬다. 이 시기에 팜므파탈적 다양한 미실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극 초반부에는 어린 마야를 제외하고 미실 이외의 여자 배역의 비중이 거의 없기에 변화무쌍한 미실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준 셈이다.

천명이 등장하는 시점부터는 미실의 기본 컬러는 보라색으로 고착화된다. 이어 덕만이 등장하는 시기에는 이보다 확연히 진하고 선명한 보라 계통의 옷으로 변한다. 이후 권력을 장악해 갈수록 점차 짙은 보라색 톤이 된다.

미실의 난을 일으켜 왕좌에 오르기 직전은 미실 권력의 절정기다. 편전에 들어갈 때는 조끼 등을 활용해 포 형태의 의상을 최초로 선보였다. 보라색과 검은색의 조화로 가장 화려한 미실의 의상을 만들었다. 이는 미실의 권력이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

미실의 최후도 특별하다. 미실은 죽음을 맞이할 때 이제까지와는 다른 붉은 계통과 검은 계통이 조화를 이룬 옷을 입는다. 특히 붉은 계통은 향후 덕만이 여왕의 지위에 오를 때 착용하는 복장이다. 이 붉은색은 권력을 추구했지만 끝내 목숨을 거둬야하는 안타까운 미실을 배려한 제작진과 의상팀의 아이디어였다.

▶ 미실의 권력과 장신구의 수와 화려함은 비례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된 미실의 얼굴에서 함께 반짝이는 장신구들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귀고리와 꽂이(귀 뒤쪽으로 하는 장식물) 등의 헤어 주얼리는 금이 아닌 은이었다. 은색의 장신구와 보라색 계열의 의상이 미실을 상징하는 기본적인 패션 콘셉트였다. 은색은 미실에게 차갑고 냉정한 심성을 부여했다. 또한 금색을 주 장신구로 사용하는 왕족 계열과 차별화하는 효과도 준다.

이런 미실도 편전에 오르는 권력 최고조의 순간에는 은색 장식을 일부 금색 장식과 혼합해 착용했다. 이른 미실이 이제껏 2인자에만 만족했던 때와는 달리 덕만(이요원)과 춘추(유승호)에 자극받고 스스로 여왕에 오르고자하는 욕구를 반영한 것이다.

미실의 난이 시작되고 왕좌에 앉을 때는 '선덕여왕' 사상 가장 많은 꽂이와 화려한 장식들이 미실의 머리를 수놓는다.

▶ 권력을 잡은 후 미실의 관은 봉황(왕의 상징)의 모양

최초 미실이 쓰고 등장하는 관은 당시의 일반적인 관(정수리 위에 쓰는 것)이다. 대신 미실은 여기에 다른이들과는 달리 보요장식(흔들리는 장식)이 가득하다. 덕분에 움직일 때마다 보요장식의 떨림이 미실의 변하지 않는 표정과 대조돼 더욱 강렬한 인상을 줬다.

미실의 권력이 성장한 이후 이 일반적인 관의 모습이 봉황의 모양으로 변했다. 앞에서는 확인이 쉽지 않지만 옆에서 보면 봉황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다. 이는 이루지는 못했지만 왕이 되고 싶어하는 미실의 심정이 투영되어 있다. 덕만을 몰아내고 편전에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죽음을 맞이하는 최후의 순간에도 미실은 이 봉황모양의 관을 쓰고 등장한다.

왜 봉황일까? 조선시대는 왕을 상징하는 신물이 용이었지만, 삼국시대는 새를 신성시해 봉황 등이 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선덕여왕'과 과거 '주몽'에서도 봉황이 자주 왕실에 등장했다.

헤어스타일도 미실의 권력과 상관 관계를 갖는다. 외출 등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 간소화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기본적으로 권력이 커지면서 미실의 가체 부피도 덩달아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