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효창원 김구선생 묘소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 인사' 4389명의 인적사항과 행적을 담은 사전 발간을 알리는 '친일 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묘소 입구 길바닥엔 '박정희는 친일잔당' '다카키마사오(박정희) 일본 육군 소좌를 국립현충원서 추방하라'같은 붉은색 구호들이 쓰여 있었다. '대통령선거 다시 하자' '미디어 악법' 피켓도 눈에 띄었다. 국민의례는 애국가 제창이나 태극기에 대한 경례 없이 '민중의례'에 따라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만으로 끝냈다. 한반도가 그려진 배지를 단 사람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이들이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는 장면 박정희 등 전(前) 대한민국 국가원수 또는 정부 수반과 함께 을사늑약 때 '시일야방송대곡'이란 항일 시론을 남긴 언론인 장지연,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한국인 첫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노기남, 고려대·연세대 설립자나 총장을 지낸 김성수·현상윤·백낙준, 6·25 전쟁 때 육군 참모총장이나 군 사령관으로 최일선에서 북한 침략과 맞섰던 백선엽 정일권 등 군 원로의 이름도 들어 있다. 1949년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의 친일 조사 피의자 명단에 없던 이름들이다.

광복 직후 친일파 청산 의지가 치열했던 반민특위가 가려낸 친일인사가 688명, 항일독립운동 원로들의 모임인 광복회가 2002년 내놓은 친일인사 명단이 692명이었다. 그런데 조국 광복 운동에 손가락 하나 담근 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인사들이 그때보다 6배나 많은 사람을 친일 인사로 사전에 실어놓은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국민 성금으로 이 사전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국민 세금을 8억원이나 지원했었다. 아까운 국민 세금이 또 한 번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갉아먹는 데 쓰인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