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잡는 특수부대의 통쾌한 복수혈전 |
평소에 욱할 일 많지만 꾹 참고 살아가는 민간인으로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면 늘 속이 시원하다. '킬빌' 1, 2편과 '데쓰 프루프' 등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건 '복수혈전'의 통쾌함. 그 핵심은 매사 적당히 봐주는 게 없다는 거다. 나쁜 놈은 그냥 죽인다. 아주 떡(!)을 만들어서. 그런 태도 때문인지 신작 제목도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이하 바스터즈)이다. '개떼들'이라니, 대체 뭐하는 놈들인가?
'개떼들'은 2차 대전 시기, 나치들을 때려잡는 특수부대다. '개떼들'의 사령관은 미군인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 8명의 대원들과 나치 점령 하의 프랑스에 잠입, 나치군을 때려잡 고 머릿가죽을 쓱쓱 벗겨내 명성을 날린다. 얼마 후 독일의 여배우 겸 이중 스파이인 브리짓(다이앤 크루거)이 파리에서 히틀러와 나치 수뇌부가 모두 참석하는 독일 전쟁영화 시사회가 열린다고 특급 제보를 한다. 기회를 놓칠세라 극장으로 향하는 '개떼들'. 하지만 시사회에선 악명 높은 나치 장교 한스 란다 대령(크리스토퍼 왈츠)과 나치에게 가족을 잃은 소녀 쇼샤나의 은밀한 계획도 진행 중이었으니, 일명 '시네마 작전'은 이렇게 세 겹으로 얽힌다.
2시간 반을 육박하는 러닝타임 동안 이쪽이든 저쪽이든 닥치는 대로 죽어나간다. 그러니, 최고 악당인 히틀러와 수뇌부들이 역사적인 맥락이 아니라 타란티노 스타일로 어떤 결말을 맞는 것도 당연하다.
히틀러와 나치가 이렇게 완벽한 놀림감이 된 사례는 없었으니, 이 거대한 농담은 문제적이라기보다는 그저 통쾌하다.
게다가 빈틈없는 진지함과 서스펜스로 '히틀러 암살 계획'을 세웠던 브라이언 싱어의 '작전명 발키리' 같은 영화와 비교하면 더 재밌어진다. 일단 쏘거나, 들이대고 보는 것 같은 '개떼들'의 무대포 수작엔 또 다른 종류의 놀라운 서스펜스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프닝에 극악무도한 나치 장교 한스 란다와 농부의 대화 장면, 이중스파이 브리짓과 위장한 '개떼들'이 바에서 술 마시는 장면, 한스 란다가 브리짓을 위협하는 대화 신은 특히 압권이다. 다음 일이 뻔히 예상되는 듯한데, 순간순간 배우들의 연기(한스 란다 역의 크리스토퍼 왈츠, 정말 끝내준다)와 대사만으로 그 예상을 배반하는 연출은 능수능란하다.
타란티노가 좋아하는 고전영화들, 특히 히치콕 영화를 인용한 장난질 화면들은 이젠 우아하기까지 하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타란티노 팬들을 위한 것. 이 롱 테이크 대화 신들은 아무리 자고 일어나도 똑같아 보이는 지루한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개떼들'의 에누리 없는 활약상은 필히 미드나이트 관람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