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심야에 수업하지 못하도록 교습시간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는 합헌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9일 서울과 부산에 사는 학생·학부모·학원 운영자 등이 "서울시와 부산시가 조례로 규정한 학원의 심야 교습 금지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재판관 5대4의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서울시와 부산시는 각각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조례에서 학원 수업이 가능한 시간을 오전 5시부터 밤 10시까지(부산 고등학생은 밤 11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재판부는 "학원 교습시간을 제한해 학생들의 수면 및 휴식시간을 확보하고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며,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점 등 입법 목적이 정당한 조례"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습시간 제한이 없는 타지역 학생들과 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입법권을 인정한 이상 당연히 예상되는 불가피한 결과이므로 평등권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이와 관련, 전국의 학원 심야 교습 제한시간을 밤 10시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시·도별로 밤 10시~자정으로 각각 다른 심야 교습시간을 밤 10시로 당기도록 시·도 교육청과 의견을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도 조례를 개정해 전국의 학원 교습시간을 모두 밤 10시까지로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조례에 따르면 서울의 초·중·고교생은 밤 10시까지 학원 수업이 제한되며, 부산은 초·중생은 밤 10시 고교생은 11시까지로 규제하고 있다. 경기도는 초등학생은 10시, 중학생 11시, 고등학생은 자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도교육청이 최근 초·중·고교생 모두 밤 10시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교과부는 학원 심야 교습 등 불법 영업에 대한 단속도 한층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지난 6월부터 심야 수업을 하는 학원에 대해 시민들의 신고를 유도하는 '신고포상금제'(일명 학파라치)를 운영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헌재의 합헌 결정이 난 만큼 불법 운영 학원들에 대해서는 단속을 다각도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한국교총은 논평을 내고 "사교육을 반드시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고, 학생들의 건강권과 안전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은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야간 시위까지 허용하는 나라가 학생들이 밤에 공부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발했다. 학원연합회 관계자도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것에 대해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외고(外高) 입시가 사교육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폭 바뀌고, 학원 시간도 일제히 10시로 제한되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