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광주의 한 외곽 광로(廣路)에서 발생한 일가족 사상 교통사고는 안전지대 내 대형 트럭 불.편법 주차가 1차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트럭 운전자 지모씨(52)가 18t 카고 트럭을 노숙시킨 채 인근 자택으로 발길을 돌린 시각은 이날 오후 7시30분께.
30여분 뒤, 휴일을 맞아 대학생 아들과 고향 장성에서 농삿일을 거들고 귀가하던 A씨(52) 부부에게 예기찮은 불행이 닥쳤다.
도심에 진입해 산동교 부근을 지날 무렵, 안전지대에 떡하니 버티고 있던 노숙 트럭은 거대한 장벽이었고, 트럭의 실체를 뒤늦게 발견한 A씨 가족은 손쓸 틈도 없이 승용차와 함께 트럭 후미로 빨려 들어갔다. 3-4m의 짧은 타이어 자국만을 남긴 채 트럭과 정면 추돌한 승용차는 휴짓조각 마냥 형체를 알 수 없이 찌그러졌고, 곧바로 차량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부부가 숨지는 등 단란하던 가족은 길 위에서 생이별을 맞아야만 했다.
트럭 운전자 지씨는 "서울에서 일을 마치고 내려와 피로한 나머지 차를 주차한 뒤 곧바로 근처 집으로 향했다"며 "사고가 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경찰은 그러나, 이번 사고의 직접적 요인 중 하나로 안전지대 노숙을 지목했다. 황색 또는 흰색 사건으로 표시된 안전지대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긴급상황, 예컨대 고장이나 급한 용변 등의 상황이 아니고서는 긴시간 주차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추돌사고 등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사고가 난 도로 주변에는 지씨의 차량 이외에도 15-25t 화물 트럭 10여대가 관할 관청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노숙중이었으며, 일반 차량들은 이들 노숙 차량 사이로 위험스레 질주하고 있었다.
차량 견인업체 직원 조모씨(27)는 "산동교 부근 뿐만아니라 제2순환도로, 도심 주요 고가 주변에는 매일 밤 적게는 10-20대, 많게는 40-50대의 차량이 노숙한다"며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도심 곳곳에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물트럭의 경우 관할 행정기관으로부터 밤샘 주차허가증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트럭은 그리 많지 않다"며 "차고지가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경찰은 트럭운전자 지씨를 상대로 사고위험지역에 주차한 경위 등을 우선 조사한 뒤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처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