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1일 경찰의 날 64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기 계획 '미래비전 2015'에서 현행 11개 계급을 3개 계급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밝혔다. 순경·경장·경사·경위 4계급을 하나의 계급으로 우선 합치고 다음에 경감·경정·총경의 간부 계급과 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의 고위간부 계급도 단계적으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계급 체계는 경찰 승진 적체의 원인이었다. 일반 공무원은 9급에서 6급까지 승진하는 데 평균 16년 걸리지만 경찰은 순경으로 채용돼 6급인 경감까지 오르는 데 20~24년이 소요된다. 야근과 비상근무를 밥 먹듯 하며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맡으면서도 일반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대우를 받아왔다. 민원인이나 다른 기관 공무원도 계급이 낮은 경찰은 권한이 없다며 낮춰보는 경향이 있다. 일선 파출소에선 경찰 직무집행에 불복하는 현상도 밤마다 빚어진다. 일선 경찰의 사기와 근무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비리의 유혹에 노출될 수 있고 승진을 둘러싼 말썽도 빚어지곤 한다.
경찰 전체 9만7700여명 중 경위 이하가 9만2200명으로 94.4%나 된다. 만일 순경에서 경위까지 같은 계급으로 통일시킨다면 경찰 인원의 9만2200명이 똑같은 계급장을 달고 일하게 된다. 경찰은 통합 계급이라도 내부적으론 1~4급으로 나눠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관의 94%가 똑같은 계급장을 달고 일한다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경위가 순경처럼 되고 순경이 경위처럼 보이는 것이므로 한쪽에선 박탈감을 느끼고 다른 쪽에선 승진이라는 성취동기가 사라질 수도 있다. 경감 이상 간부가 5.6%밖에 안 되는 현재의 첨탑형 기형적 계급구조에서는 통솔과 관리의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경찰 조직을 아래위를 분간할 수 없고 열심히 일한 만큼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평등형 조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신중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