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줄을 칠 때, 두 나무 사이가 상당히 먼데도 불구하고 처음에 어떻게 양쪽 가지로 줄을 잇는지요? 대부분 사람들은 바람을 이용한다 했으나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밤새 줄을 이어 놓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 경남 김해시 독자 김동규씨
A: 바람을 이용해 기초줄을 건너편 나무가지에 연결
거미에게 있어 거미줄은 먹이를 낚는 그물입니다. 따라서 먹이가 잘 지나가는 길목에 거미줄을 치게 됩니다. 거미의 식량인 곤충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거미집을 짓는데 종에 따라서 나무와 나무 사이가 1m정도 떨어진 공간에 거미줄을 치기도 합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거미집을 짓는 대표적인 거미는 산왕거미, 무당거미입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거미는 거미집을 지을 때 곤충을 잘 잡기 위해 거미집의 위치는 물론 어떤 각도로 지어야 곤충을 잘 잡을 수 있을지까지 고려한다"고 말합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연결하는 첫 번째 거미줄을 기초줄이라고 합니다. 거미는 나무들을 이어주는 기초줄은 바람을 활용합니다. 바람을 이용해 거미줄을 반대편 나무에 보내면 끈끈한 점성을 지닌 거미줄이 나무에 달라붙게 됩니다. 물론 한 번에 되는 것은 아니고 많은 시도를 해야 합니다. 또한 나무에 달라붙었어도 알맞지 않다 싶으면 거미줄을 다시 회수합니다. 단백질로 된 거미줄은 거미에게는 중요한 자원이어서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나무와 나무를 이어주는 기초줄이 연결되면 거미는 반대편으로 이동합니다. 기초줄을 바탕으로 집을 지으려면 기초줄이 반대편에 튼튼하게 묶여야 하기 때문에 거미가 반대편에 가서 보강공사를 합니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 연구원 김승태 박사는 "통상 거미는 9종류의 다양한 거미줄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거미가 반대편에 가서 풀의 역할을 하는 다른 거미줄을 몸속에서 빼내 기초줄을 나무에 단단히 붙이는 작업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바람이 없는 날에도 나무와 나무 사이에 보이는 거미집에 대해서 김 박사는 거미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 박사는 "사람이 느끼기에 바람이 없는 것이지 매우 가벼운 거미줄을 다루는 거미 입장에서는 미세한 바람도 거미집을 짓기에 충분한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거미가 직접 거미줄을 끌고 나무에서 내려와 땅을 기어서 반대편 나무에 도착한 후에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기초줄을 놓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거미줄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길게 'U'자 형태로 늘어지게 됩니다. 김 박사는 "거미가 비효율적으로 그렇게 길게 거미줄을 땅에 늘어뜨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외부 요인 때문에 거미줄이 중간에서 끊어지면 거미 입장에서는 거미줄을 다시 회수할 수 없어 큰 낭패가 된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