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한국의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쁩니다."
장편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등의 작품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많은 고정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인기소설가 오쿠다 히데오(奧田英朗·50)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독자에게 인사를 전했다. 일본에서도 언론 인터뷰를 극도로 꺼리는 작가로 유명한 그는 신작 소설집 《오 해피데이》의 한국어판 번역 출간(재인)을 계기로 이메일 인터뷰에 응했다. 오쿠다씨는 "도쿄에서도 한국 음식점을 즐겨 찾고 있다"며 "삼계탕과 찌개를 먹으며 땀을 흘리는 것이 내가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란 말로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나타냈다.
《오 해피데이》는 엽기와 발랄·경쾌함이 두드러졌던 이전 장편들과 달리 잔잔하고 서정적인 문장을 선보인 점이 눈길을 끈다. 부부(夫婦) 관계의 다양한 풍경을 오쿠다 특유의 웃음을 유발하는 서사로 담아냈다. 옥션에 빠진 가정주부가 남편의 애장품마저 팔아치우려다 마음을 고쳐먹고(수록작 〈Sunny Day〉), 아내와 별거한 남자가 해방감에 젖어 집에 고급 오디오 세트와 홈 시어터를 들여놓고 회사 동료들을 불러들인다(〈우리 집에 놀러오렴〉). 직장을 잃고 집에서 살림하게 된 것을 오히려 즐기는 남편과 남편 대신 사회에 복귀해 기쁜 아내가 그려가는 그들만의 행복(〈여기가 청산〉)이 '남자는 일하고, 여자는 살림한다'는 사회적 선입견에 부닥쳐 위기를 겪기도 한다.
―유머는 오쿠다 소설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다. 해학적인 인물과 상황을 즐겨 채택하는 이유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리는 순간에 삶의 진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반면 '정의'(正義)라는 엄숙함에는 왠지 위선이 따르는 것 같다."
―이번 작품집 수록작 가운데 〈아내와 현미밥〉의 남자 주인공인 소설가 오쓰카 야스오는 문학상을 받고 팔자가 핀 사람이더라. 혹시 《공중그네》로 나오키상을 받은 작가 자신의 분신 아닌가.
"나는 작가는 작품의 '구로코'(黑子·배후조종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독자들이 그 남자를 나라고 믿는다면, 그만큼 내 거짓말 솜씨가 뛰어나다는 뜻일 테니 즐겁다."
―야구에 관심이 많고, 특히 주니치 드래곤스의 열혈 팬으로 알려져 있는데….
"나는 야구가 목가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관객이 한 손에 맥주 캔을 들고 야유할 수 있는 경기는 야구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게 있다. 한국 야구가 어떻게 그렇게 강해질 수 있었나. 베이징올림픽 야구 경기를 현장에서 봤는데 한국 선수들의 강인함에 경탄하고 말았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의 부인 미유키 여사와 모친이 한국 드라마 팬이라 해서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당신은 한국 소설이나 영화 등을 본 적이 있는가.
"최근 10년간 한국 영화의 발전에 놀라고 있다. 특히 송강호가 주연한 《살인의 추억》은 걸작이었다. 존경심을 갖고 봤으며, 나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언론 노출을 꺼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거리를 걸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않는 정도의 자유는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내 소설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한국을 방문할 때,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해 주시면 고맙겠다."
입력 2009.10.2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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