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의식을 잃고 실신한 김동진(27ㆍ제니트)의 병명이 확인됐다.
김동진은 8일 세네갈과의 평가전 소집 도중 파주NFC에서 졸도해 12일까지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윤영설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9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한 뇌혈류 장애"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 보호 차원에서 병명은 비밀에 부쳤다.
김동진의 정확한 병명이 '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으로 드러났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19일 "뇌파와 심장, 혈액 검사에서 모두 정상이라는 진단을 받은 김동진의 진짜 병명은 미주신경성 실신"이라고 귀띔했다.
미주신경성 실신은 부교감신경인 미주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지거나 중단된 후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때 심장 박동과 혈압은 현격히 떨어진다. 정상 성인 100명 가운데 3명 정도 나타는 질환으로 실신 원인 중 가장 흔한 병이기도 하다. 지난 7월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이 조깅을 하다가 쓰러진 원인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까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병'이다.
국가대표팀 주치의인 송준섭 박사(김&송 유나이티드병원장)는 "미주신경성 실신은 신체 면역력이 극도로 약화됐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심신이 피로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일어난다. 쉽게 말해 일반인들도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계단에서 갑자기 어지러움을 호소한 후 쓰러질 때가 있는데 이 경우 대부분이 미주신경성 실신에 해당한다. 학창 시절 조회 때 쓰러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프로생활을 하고 있는 김동진은 불규칙적인 식사와 생활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무리한 시차 적응 등이 겹쳐 이 현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김동진의 장거리 비행은 대표팀 소집 때만이 아니다. 드넓은 러시아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려면 어디를 가더라도 최소 3시간 이상, 길게는 10시간씩 비행기를 타야 한다.
다행인 점은 사전 신호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쓰러지기 전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김동진도 그랬다. 그는 몸에 이상 징후를 감지한 후 "소변이 급하다"며 취재진을 피해 파주NFC로 급히 들어가다 의식을 잃고 앞으로 넘어졌다. 또 김동진이 졸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미주신경성 실신의 경우 한 번 실신한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신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 다만 김동진의 경우 생활 패턴을 규칙적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심할 경우 혈관 확장제도 복용해야 한다.
한편,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동진은 소속팀 합류를 위해 21일 러시아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