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돈을 뺏기 위해 덤비는 악질 세입자를 세상에 고발해달라." 본지 독자서비스센터에 들어온 제보다. 집주인 A씨(71)는 "세입자가 지금까지 나를 8년 동안 36번 고소하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했다. 무슨 사연일까.
A씨는 2002년 2월 28일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을 샀다. 면적이 약 195평(642.56㎡)이다. 그때 이 건물 지하 1층에는 세입자가 보증금 800만원에 월세 70만원으로 세들어 있으면서 단란주점을 하고 있었다.
이전 소유자(62)는 "월세를 꼬박꼬박 내는 세입자"라고 했다. 거짓말이었다. A씨가 그해 5월 19일 찾아갔지만 오히려 "장사도 안 되는데 무슨 월세냐, 왜 와서 업무방해를 하냐"는 말을 듣고 쫓겨났다. 욕도 먹었다.
그때부터 주인과 세입자 간에 소송 전쟁이 시작됐다. A씨는 같은 해 8월 명도(明渡) 소송을 했다. 세입자는 A씨를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무혐의가 됐지만 세입자는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집주인이 욕을 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또 모욕죄과 손해배상을 걸었다. 명도 소송이 집주인의 승리로 끝날 듯하자 세입자는 "내가 일체의 소송을 취하할 테니 주인도 명도 소송 승소를 포기하라"고 했다.
둘은 각서를 썼다. 각서에 따르면 세입자는 2002년 11월 10일까지 건물을 비워야 했다. 기한이 지나도 그는 집을 비우지 않았다. 누군가를 새로운 세입자라며 데려와 A씨가 새 계약을 체결했지만 그 역시 감감무소식이었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날 속였다"고 했지만 세입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월세를 요구할 때마다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소송을 냈다. 그는 집주인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사 5명이 편파수사를 했다며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A씨측 변호사는 "세입자는 말이 안 통하면 검사 앞에서 뒹굴 정도로 '떼법'을 잘 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억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가 큰소리치며 욕을 하고, 담당 형사를 교체해 달라며 진정을 냈었다"고 했다.
그간 A씨는 17건의 소송을 당했다. 참다못해 2003년 4월 6일 건물을 팔았다. 그는 "이전 소유주도 '세입자에게 월세 한푼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오히려 주인들이 소송에 걸리면 취하 조건으로 돈을 줬다"고 했다.
현재 이 건물 5층에 살고 있는 새 주인(54)은 "계속해서 월세도 못 받았고 '나 건들지 말라는 식'으로 나왔다"며 "정신적으로 시달리기 싫어서 권리금과 임대보증금 2300만원을 주고 내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입자는 A씨를 여전히 물고 늘어지고 있다. 그는 많은 소송 가운데 한번 이긴 것을 두고 명예훼손비를 주지 않는다며 강제집행면탈 소송을 걸었다. 그는 1층 수퍼 주인이 "집주인이 욕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해 패소했다.
처음에는 명예훼손비가 500만원이었으나 A씨가 참석하지 못한 사이 열린 2심에서 800만원과 20% 이자를 지불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A씨는 "돈 주고 끝내라는 사람이 많은데, 차라리 거지한테 주지 억울해서 이 사람한테는 못 준다"고 말했다.
세입자는 A씨가 집을 판 돈으로 자식들에게 다른 상가를 사줬다며 강제집행면탈 소송을 걸었다. 이것이 무죄가 되자 민사집행법 위반과 부동산실명제 위반으로 이름을 바꿔 A씨와 A씨의 아들까지 소송 걸었다. A씨는 "집 판 돈 3억은 빌린 돈이라 갚았고, 아들이 스스로 돈을 빌려 샀다"며 "세입자의 주장은 허무맹랑한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집을 팔고 난 뒤에도 19건의 소송을 당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36건의 소송에 걸린 것이다. 지금도 5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A씨도 지난 4월 세입자에 대해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02년부터 A씨가 변호사 비용에 쏟은 액수만 1억원이다. A씨 변호사는 "나라도 그 사람에게 돈을 못 주겠다"고 했다. 세입자는 지난 1월 검찰 조사에서 "집주인이 천막과 누수공사를 안 해줘 집세를 안 냈다"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