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낮 충북 청주시 미평동 청주여자교도소에 방문객의 코를 자극하는 먹음직스러운 자장면 냄새가 퍼져 나갔다. 교도소에서는 몇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자장면 파티가 벌어진 것이다.

구내식당 조리실에 들어서니 10여명의 여성들이 위생복을 입은 채 면을 삶아내고 자장을 볶아내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 자장면 '특식'을 만든 사람들은 청주시내 최대 재래시장인 육거리종합시장 상인들.

"여자 교도소가 스무 번째 생일을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점심 한끼 대접하려고 왔어요."

김인숙(49) 육거리시장 부녀회장은 "교도소에서는 집단급식 특성상 자장면 제공이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마추어들이 만든 음식이지만 재소자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가슴 뭉클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은 1식4찬의 비교적 양호한 식사를 제공받지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자장면이나 통닭, 피자 등은 접하기 어렵다.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청주여자교도소 강당에서 재소자들이 장기자랑 대회를 열고 있다. 기·미결수 약 600명이 수용된 이 교도소는 지난 1989년 문을 열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이날 자장면 자원봉사에는 육거리시장 청년회원들도 동참해 재료를 나르고 요리를 도와주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식사가 끝난 후 청주여자교도소와 육거리시장 상인연합회는 자매결연식도 가졌다. 청주여자교도소가 재래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육거리시장의 품질 좋고 안전한 상품을 많이 사주고, 상인들도 재소자들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인다는 약속이다.

국내 유일의 여자 전용 교정시설인 청주여자교도소가 16일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교도소측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15일 강당에서 재소자 장기자랑과 영화 상영회 등 다양한 위안행사를 열었다. 10개 팀으로 나뉜 재소자들은 원더걸스의 '노바디', 패티김의 '초우' 등 최신 유행가요부터 흘러간 노래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각 팀 공연이 끝나면 열광적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고, 부상으로 컵라면과 화장지 등을 받았다. 어린 아기를 업고 공연장을 찾은 재소자도 눈에 띄었다. 최효숙 청주여자교도소장은 "일정 장소에 갇혀 생활하는 재소자들이 모처럼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이런 행사를 자주 열어 재소자 정서 순화에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여자교도소는 1989년 신설돼 청주교도소에서 더부살이를 하다 2003년 새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희대의 어음 사기사건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큰손' 장영자씨와 1989년 전대협 대표로 북한을 방문해 화제를 낳았던 임수경씨 등이 이곳을 거쳐 갔다.

현재 재소자는 623명으로 특정강력범이 34%로 가장 많고, 무기수형자도 40명에 달한다. 보이스피싱 등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재소자도 65명이 생활하고 있다. 73%가 초범이지만 5범 이상 누범자도 50명에 달한다. 연령층도 다양하게 걸쳐 있고, 65세 이상 노인도 70대 1명을 포함해 17명이다. 재소자 3명은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아 함께 생활하고 있다.

최병록 청주여자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일반 사회집단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95% 이상의 구성원들은 규칙과 기본 상식을 지키며 열심히 생활한다"며 "여성 재소자들을 우리 이웃처럼 대해주고 출소 후 사회에서 따스하게 받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여자교도소는 16일 직원과 교정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체육대회를 겸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