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가운데 형성된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가 점차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망월지는 전국 최대규모의 두꺼비 산란지로, 지난 2007년 한꺼번에 100만여 마리가 인근 계곡으로 대이동하는 장면이 발견되면서 유명해졌다.

그러나 이 망월지가 최근 환경조건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산란지로서의 기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청측은 "해마다 망월지에서 이동하는 두꺼비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면서 "이제는 안전하게 산란할 수 있는 대체공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능 잃는 망월지

13일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 1만8000여㎡(5400여평) 넓이의 저수지 주위엔 고추와 배추, 깻잎 등이 심어져 있는 밭과 식당, 사찰 등이 어우려저 있었다. 또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저수지 남쪽 편엔 중·고등학교가 있고,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었다. 개발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지난 2007년 5월 대구시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에서 발견된 새끼 두꺼비들. 인근 욱수골 계곡으로 대이동을 준비하기 위해 저수지 가장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

망월지에서는 지난 2007년 5월 100만여 마리의 두꺼비 떼가 저수지 북쪽 편에 자리한 서식지 욱수골로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200∼300마리가량으로 추정되는 어른 두꺼비들이 매년 3월이면 산란장소인 망월지로 내려와 1쌍당 1만 마리의 알을 낳고, 5월쯤 알에서 나온 새끼 두꺼비들이 다시 서식지인 계곡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매년 되풀이되는 '대이동'에 참가하는 새끼 두꺼비 개체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대구환경청측은 "2년 전만해도 알에서 부화해 계곡으로 돌아가는 새끼 두꺼비의 수가 100만 마리를 넘었지만, 올해의 경우 10만 마리가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청은 해마다 줄어드는 수심과 알이 부화해 변태(變態·두꺼비의 경우 올챙이에서 새끼 두꺼비로 변하는 과정)하는 시기의 높은 수온이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치우 생태조사팀장은 "지난해 망월지의 평균 수심은 2m 정도 였으나 올해의 경우 2m 아래로 떨어졌고, 수온은 지난 3월 13.5도에서 두 달 사이 27도 안팎으로 크게 올랐다"면서 "결국 수심과 수온의 변화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3일 대구 수성구 욱수동 망월지 주변을 산책 나온 한 시민이 물속을 바라보고 있다. 두꺼비 최대 산란지로 알려진 이 저수지가 최근 환경악화 등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주들 "용도폐기"

망월지의 80%는 사유지다. 최근 이 곳 땅주인 25명은 수성구에 망월지에 대한 '농업용 저수지 용도폐기' 신청을 했다. 저수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것이어서 두꺼비들의 산란지가 사라질 위기인 셈이다.

현재 별다른 이상이 없는 한 대구시의 최종승인이 나면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게 된다. 한 땅주인은 "농업용수로 쓰이는 망월지의 물이 점차 줄어 용도폐기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성구 산업환경팀 관계자는 "땅주인들의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저수지를 흙으로 메워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환경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망월지는 두꺼비 산란지라는 사실 외에도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로서 생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충북 청주와 서울은 두꺼비를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원을 조성하거나 조례를 제정해 두꺼비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다"며 "구청은 지주들과 협의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체 장소 마련해야"

대구환경청은 두꺼비보존대책협의회 회원인 경북대 박희천(생물학과) 교수와 함께 내년 초까지 욱수골 내에 2∼3곳의 두꺼비 산란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계곡에 널린 돌 등을 이용해 물길을 막고 웅덩이를 만드는 방법으로 대체 산란 장소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대구환경청측은 "계곡에 산란지가 마련될 경우 수온 등 환경적인 측면이 지금보다 월등히 나아질 것"이라며 "체계적인 절차를 밟아 올 연말 안으로 본격적인 대책마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