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대 실력파 하희경

영화'저녁의…'표정연기
 

"촬영하면서 숨도 못 쉴 만큼 답답했어요."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저녁의 게임'(감독 최위안)의 주인공 하희경. '갑갑했다'고 소감을 털어놓으면서도 얼굴엔 뭔가를 끝냈다는 흐뭇함이 묻어났다.

오정희의 소설이 원작인 '저녁의 게임'에서 그녀는 청각장애인 '성재'를 연기했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는 딸. 오랫동안 억압에 짓눌려온 그녀는 어느날 탈주범을 만나고 그를 통해 그동안 잊고 살아온 자유의 의미를 깨닫는다.

성재는 청각장애 때문에 말이 없다. 얼굴 표정과 동작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했다. 작품 자체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화법을 택해 그녀의 연기가 작품의 성패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억지로 짜내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느낌을 따라갔어요. 그러다보니 성재라는 인물이 불쌍해졌고, 그 상황에 내가 놓인 것 같기도 하고.... 촬영을 끝내고도 한동안 그 느낌이 가시지않아 힘들었어요."

하희경은 영화계에서는 신인이지만 연극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닦은 배우다. 1996년부터 8년간 극단 목화에서 활약하며 '부자유친' '백마강 달밤에' '새들은 횡단보도로 건너지 않는다' 등에 출연했다. 이 무렵 같이 무대에 섰던 배우들이 지금 영화와 드라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성지루 유해진 박희순 장영남 등이다.

영화 '블루' '왕의 남자'에서 잠깐 얼굴을 비쳤던 그녀는 '저녁의 게임'에서 단번에 주인공을 꿰찼다. 무수한 사연을 담은 듯한 눈빛, 뛰어난 몰입력이 최 감독의 눈에 들었다. 그녀의 열연 덕분에 '저녁의 게임'은 올해 일본 유바리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바르셀로나 아시아영화제와 모스크바 국제영화 공식 경쟁부문에 출품됐다.

하희경은 "한 작품을 세상에 내보내고,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