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T―뉴스 이인경 기자] "누구나 방황하던 학창 시절이 있잖아요. 17대 1로 말도 안되는 패싸움에 휘말려 사실은 도망쳤던 기억, 부모한테 반항하고 싶어서 뛰쳐나왔지만 뒤늦게 들었던 후회, 그런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영화로 털어놨어요.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wish))을 담아서요."
배우 정우(29)의 자전적 영화 '바람-wish'(이성한 감독, 필름더데이즈 제작)이 작지만 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정우의 실제 학창 시절을 담은 '바람'은 최근 황정음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우정 출연이라는 점에서 '급'주목을 받았다. 8일 열리는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분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 첫사랑, 결혼 소식에…
극중 황정음은 정우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역을 맡았다. 한 소속사(코어콘텐츠미디어)에 몸담고 있는 인연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됐다.
"고마웠죠. 주연인 내가 영화를 많이 홍보해야 하는데 정음이가 '우리 결혼했어요'나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인기가 올라간 덕분에 영화까지 주목받고 있으니까요. 첫사랑 이야기는 영화에선 크게 다루지 않았어요. 사실 뒷이야기가 많았던 부분인데."
정우는 부산 토박이 출신이다. 부산상고에 다니면서 수컷들의 세상에서 방황했고, 아버지의 간암 선고 이후 망연자실했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서울로 올라오면서 첫사랑과도 이별했다.
"첫사랑 그녀는 깨끗한 피부에 여성스런 분위기를 풍겼어요. 영화 속 정음이와 이미지가 비슷해요. 고3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형이 군대에 들어갔어요. 그때 왠지 모를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배우가 되기로 결정하고 서울행하면서 여자친구와 헤어졌는데, 너무 모질게 마음 먹어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죠."
배우가 된 그의 모습을 TV에서 봤는지, 첫사랑 그녀는 4~5년전 정우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결혼한다고 하더군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황했죠. 저야 앞으로 그 친구 얼굴 볼 일이 없지만, 그 친구는 원하든 안원하든 제 얼굴을 보잖아요. 그게 왠지 미안해지더라고요."
▶ 고향 부산, 그리고 가족…
첫사랑의 아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뒤늦게 깨달은 가족의 소중함과 사나이 간의 우정이 10여년이 훌쩍 지난 영화 촬영 기간에 가슴 속을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실제 다녔던 학교와 동네에서 찍었어요. 대부분 그대로더라고요. 재미있는 점은 고등학교 때 한살 많은 복학생 형이 우리 영화에서 똑같은 이름과 배역으로 출연한 것이었어요. 이춘호 형인데, 원양어업을 하다가 다시 연락이 됐고 나중에 오디션을 치르고 연기까지 하게 됐죠."
정우의 본명은 김정국. 영화에서 그는 김정욱이자, 학창시절 실제 별명인 짱구로 나온다. 자기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엔딩 크레딧에는 '원작자 정우'라는 타이틀이 올라간다.
"이성한 감독님이 제 이야기를 영화화시킬 정도로 관심 가져줄 지 몰랐어요. 이 감독님의 전작 '스페어'에 출연하다 친해져 사적인 이야기까지 털어놨는데 시나리오로 써보라 하셨죠. 당초 원제는 '1999년, 우리는 영웅이 되었다'였어요. 부산서 유명한 고등학교 불법 서클의 단가 제목에서 따온 거였죠."
10일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공개함과 동시에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할 예정인 그는 "자전적 영화인 것도 쑥스러운데, 큰 영화제에 주연 배우로 선다는 거 자체가 실감안나고 어색해요"라며 웃었다.
"부모님이 모두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지만, 아버님은 하늘에서나마 좋아하시지 않을까 해요. 저뿐 아니라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고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영화가 희망이 되길 바라요. 이십대 마지막 시절을 '바람'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전, 정말 행운아예요."
<best@sportschosun.com> borador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