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대사에서 송나라 왕조(960~1279)는 문화가 가장 찬란했던 시기로 손꼽힌다. 수묵화와 도자기 예술은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게 꽃 피웠다. 특히 송의 전반기에 해당하는 북송(960~1026) 시대는 사실과 이상 사이에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미술기법 또한 최고로 발전해 '완정의 형식미'를 추구한 중국 산수화의 최전성기로 일컬어진다. 산수가 인물화의 배경에서 벗어나 독립된 화목으로 발전하면서 화가들의 사실적인 묘사 능력이 발달했고, 객관적인 묘사에서 주관적인 표현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화가들이 등장해 산수화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북송시대는 중국미술사에서 산수화의 완성기를 이룩했다.
중국 산수화의 역사를 말할 때, 이론과 기법을 동시에 구체화하며 산수화의 방향을 제시한 곽희(郭熙)의 업적을 빼놓을 수 없다. 화원화가이자 이론가인 곽희는 송대까지 내려온 모든 산수화론과 기법을 정리하고, 후대까지 산수화의 모범형식으로 남은 이론을 펼친 인물로 평가된다. 그의 산수화 이론은 '임천고치(林泉高致)'라는 책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곽희는 사실(寫實)과 사의(寫意), 주관정신과 객관정신, 직업화가 정신과 문인사대부 정신 등을 조화롭게 융화해 회화예술로 표현했다. 거대한 산을 중심으로 근경, 중경, 원경까지 모든 풍광을 다 그려내는 중국 화북산수의 전통은 당나라에서 시작돼 11세기 곽희에 의해 집대성됨으로서 완성을 이뤘다.
곽희의 산수화론을 대표하는 '조춘도(早春圖)'는 바로 중국 산수화의 고전적인 완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른 봄 산 계곡에 새벽안개 낀 경치를 담담하게 표현했다. 구름으로 둘려 싸인 산수, 수목을 화면 속에서 조화롭게 표현해 통일감을 느끼게 한다. 주산과 객산의 유기적인 관계와 구름의 표현, 한 걸음마다 달라지는 산의 모습, 나무·바위·구름의 표현방법과 필묵의 사용이 다채롭다. 여기에 동양회화의 원근법과 투시도법의 총결을 의미하는 삼원법으로 변화무쌍하고 깊이 있는 회화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평원, 고원, 심원으로 일컬어지는 삼원법은 이동적인 시각표현으로, 고정된 한 곳의 시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서양미술의 원근법과는 다르다. 또한 과학적인 투시도법과도 차이가 있어 실제 산의 모습과는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산의 앞면, 뒷면, 옆면을 모두 관찰하고 구석구석을 다 들여다 본 후 체험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산의 모습을 그려낸다. 자연에 대한 연계적, 종합적 사고가 가장 명료하게 나타나는 공간해석법이다. 동양미술에서는 이미 11세기에 원근법의 완성을 의미하는 심원법을 활용한 것이다. 르네상스시대에 처음으로 원근법의 연구를 시작해 15세기 말에야 완성한 서양미술에 비하면 400년이나 앞섰다.
여기에 경물간의 연계성을 공간적 연출로 종합화하고, 경물을 감싸는 공기의 흐름을 사계절에 따라 다르게 구현하는 공기원근법도 표현하고 있다. 맨 앞의 가까운 토산에서부터 중경, 원경을 차례대로 살피며 요소요소에 소나무, 폭포, 사원 등을 적절히 배치해 하나의 거대한 공간 속에 산수의 이상경(理想景)을 그려냈다.
이처럼 곽희는 삼원법을 제시하며 회화 공간 형성과 표현기법을 풍부하게 발전시켰다. 아름다운 산수와 동화된 인간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이상적인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현실화한 것이다.
※더 생각해볼 거리
중국 산수화를 통해 본 동양의 자연관과 서양의 자연관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