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20대 자매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이웃집 청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 서부경찰서는 2일 대전 서구 도마동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20대 자매를 칼로 찔러 죽인 혐의로 이모(남·22·무직)씨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이씨는 자매가 사는 곳에서 불과 3.5㎞쯤 떨어진 갈마동의 한 원룸에서 이날 오전 5시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6일 오전 5시 30분쯤 같은 집에 사는 오모(25·회사원)씨와 동생 오모(20·대학생)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씨는 자매들이 살던 다세대주택 바로 맞은편에 살던 사람으로, 평소 서로 인사를 나눌 정도로 아는 사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사건 당일 오전 3시쯤 술에 취해 자매의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던 중 언니 오씨가 '왜 밤늦게 술을 마시고 싸돌아 다니느냐'고 훈계하자 부엌에 있던 칼로 자매를 찔렀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이씨는 또 "술에서 깨어보니 바닥에 피가 흥건히 적셔 있었고 자매가 숨져 있었다. 사건 현장에서 2시간 머무르다 도피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당초 경찰은 지난달 29일  대전 동구 용전동 모텔 촌 인근에서 이씨가 휴대전화를 1시간 가량 사용한 사실을 밝혀낸 뒤 근처 모텔 촌을 전부 뒤졌다. 그러나 이씨는 이미  충북 청주로 도주한 상황이었다.

갈피를 못잡던 경찰에게 정보원 A씨가 마침 전화했다. A씨는 경찰에게 "지금까지 이씨와 같이 있었다"며 경찰에게 이씨의 행방을 세세히 알려주기 시작했다.  이후 A씨와 경찰은 이씨의 검거날인 2일 오전 PC방에서 이씨의 인터넷 접속을 기다렸다.

마침 이씨가 접속해 "사람을 죽였는데 청주에 있다. 택시 탈 돈이 없다"고 A씨에게 털어놓게 되었고, 경찰은 이씨를 대전의 한 원룸으로 유인해 검거하게 됐다.

경찰은 당시 피해주민들이 사건 당시 “비명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증언함에 따라 살해까지 이르게 된 과정과 경위 등을 집중조사할 계획이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지문 10여 개를 채취한 경찰은 강도 등 강력범죄를 수 차례 저지른 이씨를 용의자로 지목했고, 자매의 통화내역을 토대로 주위 지인 등을 탐문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사건 발생 후 전북 익산과 충북 청주의 친구 집에서 도피생활을 했다"며 “이번 사건과 별개로 다른 살인사건에 연루됐는지 여부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