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경 기자 - '통쾌한 액션 2% 부족' 쪽박지수 55%

'염통이 쫄깃쫄깃'해지는 긴박감과 '속이 확 트이는' 호쾌한 액션은 '다이하드' 시리즈의 미덕이다. '다이하드' 브루스 윌리스의 열성팬이라면, SF 액션 대작을 표방한 '써로게이트'는 단연 올 추석 연휴 최대 기대작이다.

그러나 의외로 '써로게이트'는 액션 자체보다 드라마에 가까운 철학적 메시지를 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영화의 묵직함 때문에 머리를 텅 비우려고 했던 관객은 오히려 머리가 지끈지끈해질지도 모른다.

'써로게이트'는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기계와 인간의 싸움을 다룬 작품. '아일랜드' '아이로봇' '매트릭스' 'A.I' 등과 궤를 같이 한다. 이같은 부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큰 실패는 없을 지도.

'써로게이트'의 사전적 의미는 '대리인'이다. 인간은 가까운 미래에 뇌파를 이용해 원격 조정하는 써로게이트라는 혁신적인 발명품을 만든다. 주인인 인간은 집에 안전하게 머물며, 써로게이트를 통해 일상 생활을 대신한다. 장애인이나 노인들은 써로게이트를 이용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도, 외모를 아름답게 꾸밀 수도 있다. 위험한 일도 써로게이트를 통해 과감하게 하며, 성생활도 대리 만족이 가능하다.

겉으로는 유토피아 같지만, 우연한 사고로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써로게이트를 통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FBI 요원 그리섬(브루스 윌리스)이 추적해나간다.

비주얼적으로는 단연 압도적이다. 써로게이트로 재탄생한 브루스 윌리스의 머리숱 가득한 모습은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인간과 구분이 안가는 실리콘 형태의 써로게이트가 활보하는 세상은 눈을 혼란케한다.

권선징악적인 결말이 뻔하긴 하다. 브루스 윌리스는 언제나 영웅이며 절대선이다. 인간과 기계의 혼재 속에서 그가 내린 결론은 바로 인간 중심이다. 써로게이트에 중독된 아내를 향해 '이제 진짜 당신 모습을 보고 싶다. 심장이 뛰고 소름이 돋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라고 소리치는 부분은 손발이 살짝 오그라든다. 환갑을 앞둔 브루스 윌리스는 아무래도 몸보다는 정신적인 면으로 승부수를 던지려나 보다.

이진호 기자 - '차별ㆍ고통ㆍ범죄 없는 유토피아서 행복의 가치를 묻는다' 대박지수 70%

국내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요즘만큼 초라해 보인 적이 있을까?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대박을 터트리고 '애자'와 '내사랑 내곁에' 같은 최루성 영화도 가을 박스오피스를 완전 접수했다. 명절용 배우인 브루스 윌리스조차 명함 내밀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의 신작 '써로게이트'는 흥행을 속단할 수 없다. 여러 쪽박 조짐이 난무하는 상황에도 '써로게이트'는 하지만 충분한 저력을 지니고 있다. '터미네이터3'를 연출한 거장의 작품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나약함을 진솔하게 그린 내러티브 자체의 힘 때문이다.

'써로게이트'의 첫 5분은 시간의 역순으로 구성돼 있다. 14년 전 최초 써로게이트라는 대리인을 만드는 기술의 개발부터 법안으로 통과돼 모두가 써로게이트를 사용하는 영화속 현재까지.

'써로게이트'는 영화 속 인간뿐 아니라 지금의 우리도 쉽게 간과해버린 인생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리인인 써로게이트를 통해 인간이 사는 세상은 차별과 범죄, 공포, 질병이 전혀 없는 이상적인 세계, 유토피아다. 그런 유토피아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라고 반문하게 된다. 어쩌면 현재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오만함에 대해 일갈이라고 할까?

'써로게이트'는 모든 걸 대신해줄 수 있지만 인간의 심리적 나약함까지 메워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서로 사랑하고 아픔을 느끼며 또한 누군가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고. 철학이니 뭐니 복잡한 건 싫다면, 아무 생각 없이 화려한 액션과 CG, 금발의 젊은 브루스 윌리스를 즐겨보시길. '써로게이트'는 그것만으로도 두 시간이 후딱 가는 영화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