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시험장에서 치러지는 적성검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고 국민일보가 27일 보도했다.

1종 면허를 유지하기 위해 7년(만 65세 이상은 5년)마다 받아야 하는 적성검사는 시력검사와 앉았다 일어서기로 끝난다. 함께 해야 할 청력검사는 따로 하지 않는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정신 질환자나 약물 중독자를 가려내는 검사는 아예 없다. 서류에 쓰인 질문에 응시자가 ‘예’나 ‘아니오’로 답할 뿐이다. 합격률은 99%를 넘었다. 검사를 마치고 돌아서는 사람들은 “운전하는데 지장이 있는 사람까지 그냥 통과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회사원 고모(27·여)씨는 지난주 말 운전면허를 갱신하려고 서울 외발산동 강서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1종 면허를 딴 지 7년이 됐으니 6개월 안에 적성검사를 받으라는 안내 통지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신체검사실에 들어선 고씨는 시력검사표 앞에 앉은 여직원 지시에 따라 검사를 받았다. “눈 가리세요.” “반대쪽 가리세요.” “(두 눈으로 읽을 수 있도록) 떼세요.” “앉았다 일어나세요.” “아픈 데 있어요?”

모든 항목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 ‘합격’ 도장을 받기까지 30여초밖에 안 걸렸다. 서류를 작성하고 차례를 기다린 시간을 합쳐 5분 안에 끝났다. 검사비는 5000원. 여기에 검사 수수료 4000원과 면허증 발급 수수료 6000원이 더 붙어 모두 1만5000원을 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다른 운전면허시험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남시험장에서 나오던 한 20대 여성은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던데 저는 안 시키네요. 청력검사는 아무도 안 했고요”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도봉시험장에서 만난 김모(33)씨는 “다른 지역에서도 검사를 받아 봤는데 대충대충 하더라”고 했다. 시한 6개월을 넘겨 범칙금 3만원을 더 냈다는 50대 여성은 “이렇게 하면서 늦었다고 범칙금을 매기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전국 운전면허시험장 25곳(태백시험장 제외)에 있는 신체검사실은 경찰공제회가 운영한다. 일선에서 물러난 60∼70대 의사, 간호(조무)사, 사무직원 등 5∼10명이 연봉계약직으로 근무한다.

경찰공제회 김효진 사업운영본부장은 “검사 대상자가 경찰서 민원실과 외부 병·의원을 번갈아 오가는 수고를 덜어주려고 면허장에 검사실을 설치했다. 검사비는 경찰 복지에 쓰인다”고 국민일보에 설명했다. 적성검사를 받을 수 있는 외부 병·의원은 전국 1807곳이지만 찾는 사람은 극소수다.

이 신문에 따르면 적은 인력이 매일 수백명에서 수천명을 상대하다 보니 검사는 더욱 엉성해졌다. 시험장 측은 그래도 할 건 다 한다고 해명한다. 청력은 시력을 잴 때 지시하는 내용을 알아듣는 정도면 되고, 신체 장애 여부는 앉았다 일어서기로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의사는 “노련하니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피검자들은 뭘 몰라서 ‘다른 검사를 왜 안 하느냐’고 하는데, 우리는 걷는 모습만 보고도 발가락에 있는 문제까지 잡아낸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