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건축가, '오디오마니아바이블' 저자

'옥석(玉石)을 가린다'는 말만큼 어려운 얘기도 사실 드문 것 같다. 말 그대로 돌덩어리와 옥덩어리, '제대로 되지 않은 것'과 '제대로 된 것'을 잘 구별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겉만 봐선 당최 알 수가 없을 때가 있다. 돌처럼 생긴 옥, 옥처럼 생긴 돌도 있으니까.

오디오가 특히 그렇다. 옥인 줄 알고 거금 주고 샀던 오디오가 집에 가지고 와서 들어보면 돌 같은 소리를 낼 때, 마니아라면 아마 그 반전(反轉)에 놀라고 실망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번 '바꿈질'에 실패하면서 얻은 결론은 '옥'이라는 것은 '돌'이 많기 때문에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옥인 척하는 돌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진짜 옥을 만나면 그렇게 반갑고 감사할 수가 없다.

사람을 만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건축가로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사람 옥석을 가리기가 참 쉽지 않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세상엔 제대로 된 인간들이 왜 이렇게 없는 걸까', '말만 앞세우는 거지 같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나' 하고 푸념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렇게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깨달은 건, 옥을 고르려면 서두르지 말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앰프를 사고 싶으면 오디오 가게에서 사고자 하는 기기에 가능한 한 많은 스피커를 연결해 소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을 한 번쯤 거치고 나면 적어도 그 물건을 내 것으로 만들 때 후회는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겉모습만 화려한 사람, 말만 유창하게 하는 사람, 첫 만남은 좋았는데 나중에 후회를 남기는 경우가 간혹 있다. 겉모습이 투박해도 진실한 사람을 만나면 그제야 느끼게 된다. 결국 옥을 빛나게 하는 건 돌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