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속에 허울뿐인 학위 대신 '글로벌 자격증'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해외 전문대에서 새로운 고급기술을 익혀 '실용 기술'로 무장한다는 것. 각 분야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해외 전문대 졸업생들은 "높은 실력을 인정받기 때문에 전 세계에 취업문이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CIA 요리예술학과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는 프랑스 르꼬르동블루와 함께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로 통한다. '두바이 7성급 호텔 수석주방장'으로 알려진 에드워드 권도 이 학교에서 실력을 다졌다.
CIA의 강점은 막강 교수진과 맞춤형 교육환경이다. 20개국을 대표하는 셰프들이 최첨단 주방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1년에 2만달러가 넘는 비싼 학비가 흠이지만, 학생들은 그보다 값진 '유급 실습(6개월)'도 경험할 수 있다. 이 학교 졸업생 김나연(30)씨 역시 CIA 입학을 '인생 최고의 선택'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세계 일류 학교를 다녀야 최적의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저는 뉴욕 최대 케이터링(catering) 업체인 아비게일 키어쉬(Abigail Kirsch)에서 수련을 했죠. 날마다 호박수프를 16ℓ씩 끓이는 일부터 시작해, '아이디어 메뉴화 작업'까지 익힐 수 있었어요."
능력을 인정받은 김씨는 뉴욕에서 취업의 기회도 잡았지만, 더 큰 꿈을 품고 한국에 돌아왔다. 이제 막 꽃피운 한국 외식업의 전성기를 이끌고자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귀국 후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케이터링 업체 '세인트블루'에서 메뉴기획 팀장으로 일했다. 김씨는 서른이 되기도 전에 메뉴개발팀 '팀장' 자리에 오르는 파격 대우를 받았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위치한 파티 전문 레스토랑의 메뉴 컨설팅을 도맡기도 했다. 최근 그는 프리랜서로 독립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외식업체 창업 컨설팅 사업을 하며, MBN에서 매주 금요일 방영하는 '성공 레시피'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CIA에서는 단순히 '조리 기술'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통할만한 '요리 개발 능력'을 길러주죠. 그만큼 학생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일류호텔 셰프부터 고급 레스토랑의 메뉴 개발자까지 다양한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세계 어디서든 업계 최고의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건 덤이고요."
호주 캉간뱃맨TAFE 자동차정비학과
요즘 호주 전문대에선 '자동차정비학'이 대세다. 고액연봉(4000만~6000만원 수준)을 받는 엔지니어가 되는 지름길인 까닭이다. 현지 유학관계자들도 자동차정비학을 유망 전공으로 꼽았다. 특히 멜번에 위치한 '캉간뱃맨(Kangan Batman Institute of TAFE)'을 적극 추천했다. 연간 학비는 1만3000달러로 만만찮지만, 입학 대기 기간이 일년일 만큼 인기가 대단한 학교다.
이 학교 졸업생인 오세혁(27)씨는 호주 자동차설비 업체인 코넬(Cornell)사에 취업해 영주권까지 손쉽게 취득했다. 한국 동종업계에 비해 노동 강도는 약한데 연봉은 3~4배 높은 수준이니, 오씨는 "일할 맛이 절로 난다"고 했다.
"처음엔 영어 때문에 고생도 많았지만,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과 섬세한 손재주로 승부하니 이곳 회사에서도 인정을 해주더라고요. 호주에선 자동차정비사로 경력을 쌓으면 연봉도 치솟고 평생직장이 보장돼 만족스런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에 관심 있는 한국 고교생에게 호주 전문대 유학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멜번이 자동차정비학을 전공하기에 최적인 이유는 홀든(Holden)·포드(Ford)·토요타(Toyota)·미쓰비씨(Mitsubishi) 등 자동차 공장 밀집 지역이기 때문이다. 오씨도 "다른 지역보다 멜번에서 자동차정비학을 공부해야 취업 가능성이 커진다"고 귀띔했다.
캉간뱃맨 졸업생의 높은 취업률은 '효율적인 산학협동 체제'에 기반한다. 역내 산업체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900시간의 유급 실습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다. 호주교육IDP 박선영 카운셀러는 "기술 인력이 부족한 호주에선 자동차정비학 유학생을 우대하는데, 캉간뱃맨에서 2년 이상 과정을 마치면 독립기술이민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동경디자인전문학교 그래픽디자인학과
동경디자인전문학교는 올해로 창립 43주년을 맞이했다. 본래 '디자인'에 강한 이 학교는 업계 최고의 전문가를 초빙해 학생들의 창의력을 극대화한다. 대표 전공은 그래픽디자인·일러스트레이션·애니메이션 등으로, 연평균 35주간 주당 32시간씩 '빡빡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고교 졸업 후 일본에서 어학원을 다니던 안슬기(25)씨는 이 대학을 나와 현지 취업에 성공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캐주얼의류업체 유니클로의 광고회사에 입사한 것이다.
"사실 중위권을 맴돌던 고교 시절엔 '별 다른 꿈'이 없었어요. 대학을 가야겠다는 의지도 없었죠. 그러다 일본 광고회사에서 활약하던 지인의 조언으로 도쿄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시작은 불안했으나, 아르바이트로 광고 일을 접한 안씨는 확고한 미래를 설계하게 됐다. 그래픽디자인에 적성이 있음을 발견하곤, 기술을 탄탄히 다질 수 있는 '전문학교' 진학을 결정한 것이다.
학교에 입학해선 밤낮 없이 광고편집 디자인 기술을 익혔다. 1분 1초를 아껴가며 포트폴리오를 제작했고, 졸업 무렵 거의 20군데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유학생이라 취업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달리니 서너 곳에서 러브 콜이 왔다.
"제 고생이 안쓰러우셨던지 부모님께선 그냥 한국에 돌아오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 시작한 일인데 그럴 수 있나요, 면접에서 계속 떨어져도 도전을 계속했죠."
전문대를 졸업한 안씨의 연봉 수준은 국내 대기업의 대졸자 연봉과 비교해도 밑지지 않는다. 디자인계 혁신을 주도하는 일본 시장에서 인맥을 형성하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는 "특성화한 전공을 집중 육성하는 일본 전문대에서 막연한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치열한 일본 업계에서 실력을 쌓아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로 성장하는 것이 다음 목표"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