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역술인이 자신에게 운세를 보러 온 이들의 사주풀이를 기록한 책이 불법 복제돼 암암리에 유포되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 시중에는 지난 2000년 타계한 ‘부산 박도사’ 제산(霽山) 박재현(朴宰顯)의 간명집(看命集)이 떠돌고 있다. 이 책에는 그가 수십년 동안 운세를 봐줬던 수천 명의 사주풀이가 담겨 있는데, 정·재계 유력인사들의 ‘은밀한’ 정보까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은 박씨가 자신을 찾은 이들의 운세를 풀이한 내용을 자필로 꼼꼼히 기록한 것. “51~55세까지는 ○○사업, △△사업 등으로 사업이 분망하고… 60세부터는 30대 재벌 그룹에 등명(登名)이 된다”와 같이 내용도 구체적이고, ‘母가 둘이다’, ‘이복 형제가 장성(將星)이다’ 등 고객정보도 있는 것으로 알렸다. 이 신문은 현재 이 기록이 ‘명리연구’ 등의 제목을 단 10~30권 분량의 책으로 만들어져 역술인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한편, 일부는 인터넷에도 공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 신문과 인터뷰한 한 역술인은 “생년월일시와 사주풀이를 토대로 대조하면 이름이 없더라도 누군지 알 수 있다”며 “이 자료는 과거 고관대작들의 운세가 총망라된, 역술계의 ‘X파일’ 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의 사주풀이 자료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이 신문은 박재현에 대해 자강(自彊) 이석영(李錫暎, 1920~1983), 도계(陶溪) 박재완(朴在琓, 1903~1992)과 함께 역술계의 전설적 ‘빅3’로 꼽혀온 인물이라 소개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부터 1990년대까지 정·재계 유력인사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기업 운영이나 정책 결정에도 조언을 해왔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 신입사원 면접 시험에 매년 참여해 관상을 본 뒤 그룹 총수에게 이를 알린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