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이나 유해물질을 고의로 음식물에 넣어 인명을 살상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건이 어떤 경로로 음식물에 유해물질이 섞였는지가 확인되지 않은 채 미스터리로 남아있어 각종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전남 고흥경찰서는 21일 생수에 독극물을 주입해 이웃주민들에게 치명상을 입힌 A씨(73.여)를 살인미수 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모 마을 B씨(68.여) 집에 들어가 냉장고에 있는 생수병에 고독성 농약 20㎖를 몰래 주입해, 다음날 이를 마신 B씨 등 이웃주민 3명에게 독극물 중독으로 인한 치명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전남 순천시 황전면 대치리 천변에서 희망근로자 4명이 청산가리 성분이 든 막걸리를 마셨다가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검찰 조사결과 이번 사건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부녀가 아내와 어머니를 살해하기 위해 공모한 뒤 청산가리를 막걸리에 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독극물 유입 경로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사건도 상당수다.
지난해 3월 전남 완도군 고금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조모씨(66) 부부의 위에서 부검결과 미역국과 함께 고독성 농약'이 검출됐으나, 조씨의 집에서는 이 고독성 농약과 관련된 물질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도 조씨 부부가 어떤 경로로 이 농약을 섭취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이번 사건은 타살과 자살 혐의점 모두 확인되지 않은채 현재까지 미궁에 빠져 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이 고독성 농약을 섭취한 경로를 모두 확인했지만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조씨 부부가 이 농약 성분이 묻어 있는 봉지에 음식물을 보관하다가 섭취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8월에도 전남 영광군 묘량면 오모씨(64)의 집에서 고독성 농약이 들어간 음식을 먹고 오씨의 어머니 김모씨(82)가 숨지고 오씨 부부가 병원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오씨 부부가 "숨진 어머니가 비닐봉지에 담긴 쌀을 건네 밥을 짓게 했다"고 진술한 점과 어머니가 2년 전부터 노인성 치매를 앓아온 점 등으로 미뤄 농약이 묻어 있는 비닐봉지에 담겨 있던 쌀로 밥을 지어 먹어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광주 서구 광천동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 숨진 안모씨(55.여)의 위장에서도 이 농약이 나왔으나 음용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지난 2005년 5월에는 광주 동구 소태동 모 식당에서 소주를 마시던 장모씨(53) 등 2명이 구토를 한 뒤 병원치료를 받았다.
장씨 등이 마신 소주에서는 등유 성분이 검출됐으나 제조 및 유통과정의 문제인지 누군가 고의로 주입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돈을 노리고 불특정 다수가 먹을 수 있는 코카콜라에 독극물을 탄 희대의 사건도 있었다.
사채업과 주식으로 거액을 탕진한 박모씨(41.여)는 지난 2006년 7월 1회용 주사기를 이용해 코카콜라 PET병에 맹독성 독극물을 주입한 뒤 전남 담양의 식당과 광주와 화순지역 슈퍼마켓에 몰래 가져다 놓아 실제로 한 주민이 이 콜라를 먹고 병원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코카콜라 홈페이지와 회사 관계자 휴대전화를 통해 75차례에 걸쳐 "돈을 주지 않으면 콜라에 독극물을 넣어 유통시키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나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수형 교수는 "이 고독성 농약이나 청산가리 등은 맹독성 독극물로 소량으로도 인명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맹독성 물질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