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재박 감독은 이렇게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을 확실히 해놓고 공략하는 선구안을 가진 타자다." 이 말에 그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평정심과 좋은 눈을 가진 타자, 이렇게 말이다. 지난주 시즌을 마감한 페타지니에 대한 평가다. 내년시즌 재계약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마운드가 급한 LG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국내타자들에게 확실히 두가지 배울점을 남겼다. 앞서 언급했듯 평정심과 좋은 눈이다. |
점권 타율 3할5푼…좋은 눈 '최고의 무기' 흔들림 없는 중심…탄탄한 하체 비거리 증가 |
▶38세의 믿기지 않는 기록들
38세의 페타지니는 타율 3할3푼2리(6위), 26홈런(6위), 100타점(3위)이다.
득점권에서의 타율은 3할5푼이다. 주자가 없을 때는 3할3푼9리. 젊은 선수들 보다 집중력에 있어서도 뒤지지 않았다. 즉 야구장에서 페타지니의 나이는 의미가 없다.
다만 그도 떨어지는 체력은 어쩔수 없었다. 전반기 3할4푼2리였던 타율이 후반기 3할8리로 떨어진 건 그냥 나이에 따른 자연현상이다.
▶최고의 무기, 좋은 눈
그는 정말 좋은 눈의 선수다. 단순히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하는 선구안이 아니다. 칠 수 있는 공과 치지 말아야 할 공을 명확히 구분한다. 즉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이 확실하다.
말은 쉽다. 하지만 국내타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능력이다. '이 공이 스트라이크라서 친다'가 아니라 '내가 칠수 있는 공이라서 친다'는 의미가 다르다. 그 차이는 스윙의 자신감과 연결이 된다. 이에 대해 페타지니는 "나는 투스트라이크가 되기 전까지는 절대 어려운 공을 치지 않는다. 투수보다 내가 유리한 상황인데 나쁜 공에 배트를 돌릴 이유가 없다. 내가 노리는 공만 친다고 생각하면 아주 단순해진다"고 말한다.
▶평점심, 무너지지 않는 중심
질문을 하나 해보자. 타석에서 페타지니가 서두르거나 허둥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한시즌 내내 타석의 페타지니는 똑같다. 항상 여유가 있다. 마치 투수의 속마음을 읽고 있다는 듯하다.
페타지니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다. 타석에서 여유가 있고, 흔들림이 없다. 그러면서 자신의 공만 친다.
이런 자세는 흔들리지 않는 중심에서 나온다. 타격할 때 그를 보면 상체가 약간 눕는다는 느낌이 든다. 상체가 절대 앞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즉 중심을 뒷발에 두고 축이 흔들리지 않는다. 머리를 축으로 팽이가 '팽그르르' 도는 듯 보인다.
▶근본은 하체
지난해와 올해의 페타지니는 준비부터 달랐다. 몸이 거의 완벽했다. 지난해까지는 무릎부상에 시달렸었다.
이런 준비로 하체가 안정됐다. 하체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상체의 회전력이 좋아졌다. 페타지니 스윙의 특징은 이 회전력이다. 허리를 중심으로 한 회전력과 스윙시 배트 헤드의 원심력을 충분히 활용한다. 이 회전력은 비거리 증가에 큰 효과가 있다.
그러면서 배트스피드가 빨라졌다. 중심을 뒤에 충분히 남겨 놓고 칠 수 있는 이유다. 당연히 그 근본은 탄탄해진 하체다.
물론 약점이 없을 수 없다. 원래 페타지니는 몸쪽 공에 약점이 있다. 하지만 이도 타고난 눈으로 극복한다. 버려야 할 공은 철저히 버리고, 원치 않는 공은 커트해낸다. 자신이 칠 수 있는 공을 만들어 내는 그만의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