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의 누드화를 보면 아름다운 여인이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자세가 많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나 이들을 후원하는 자들이 대부분 남자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로 넘어와 루시언 프로이드의 누드화 '쇼파 위의 벌거벗은 여인'을 보면 추한 몸매를 드러낸 모습에 고개를 돌리고 싶다. 르네상스 시대 누드화가 전통적인 여성미를 강조했다면 오늘날의 누드화는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는 충격효과를 노린 것이다.
펭귄 출판사의 계열사인 DK 출판사에서 관련 분야 학자에게 자문해 저술한 이 책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세계 미술사를 훑으며 다양한 각도로 미술사를 조명한다. 고대 벽화부터 올해 열린 제53회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미국의 브루스 나우먼까지 다양한 작품이 망라돼 있다. 서양뿐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미술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수호상 역할을 했던 아시리아의 거대 석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뿔 달린 투구는 신성(神性)을, 사자나 황소의 다리는 힘을, 날개는 속도를, 사람 머리는 지혜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연도별·작가별·사조별로 묶는 기존의 구성에다 '정물화' 등 주제를 따로 묶어 차별화했고 중요 작품은 '클로즈업'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