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철 기자]"18시즌을 보내고 은퇴할 시기가 되니까 그 순간이 정말 아쉽게 느껴지네요".

지난 12일 자신을 가르쳤던 지도자들과 동료-가족-팬들의 박수 속에 은퇴식을 치른 정민철(37. 한화 이글스 코치)이 국내 프로야구 사상 유이한 '무사사구 노히트 노런' 경기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1992년 빙그레(한화의 전신)에 입단한 이후 2년 간의 일본 외유(2000~2001 요미우리)를 제외한 16시즌 동안 이글스 마운드를 지키며 161승 128패 10세이브 평균 자책점 3.51을 기록한 정민철. 그는 지난 1997년 5월 23일 대전 OB(두산의 전신)전서 그 흔한 피안타와 사사구 없이(8탈삼진) 스트라이크 낫아웃 하나로 최초의 퍼펙트 경기 기록(8-0 승리)을 놓쳤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사사구 없이 실책 등으로 인해 퍼펙트 게임을 놓친 경기는 2차례가 있다. 지난 1988년 4월 17일 광주 해태-빙그레 전서 빙그레 투수 이동석은 2실책으로 인해 퍼펙트 게임을 놓쳤고 정민철은 스트라이크 낫아웃 1개로 인해 퍼펙트 무산의 고배를 마셨다.

은퇴식 후 "데뷔 첫 승(1992년 4월 8일 광주 해태 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밝혔던 정민철이었으나 공 하나를 포수가 잡지 못하는 바람에 놓친 퍼펙트 기록에 대한 궁금증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정민철에게 '무사사구 노히트 노런' 경기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18시즌이 되고 은퇴식까지 치르는 순간 그 경기가 정말 아쉽더라. 사실 당시에는 7회까지 기록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8회 1사가 되었을 때 관중석 곳곳에서 술렁거리는 느낌을 느끼고 '기록과 연결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민철은 심정수(34. 전 삼성)를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잡아냈으나 포수 강인권(37. 현 두산 불펜코치)의 패스트볼로 1루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 후 강인권은 정민철의 승용차로 피신(?)해 관중들의 비난 세례를 간신히 피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질문하자 정민철은 파안대소와 함께 "에피소드도 많았다"라며 "경기가 끝나고 나니 결국 노히트 게임이 되었다. 그래도 노히트 노런 게임은 대단한 기록이 아닌가"라며 오히려 포수 강인권에게 다시 한 번 공을 돌렸다.

"심정수가 1루를 밟고 나서 3루 측 관중들이 내뿜는 안도감 섞인 함성이 그대로 내게도 전해졌다. 퍼펙트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노히트 노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강인권은 나 말고도 송진우(43) 선배와 노히트 노런을 합작(2000년 5월 18일 광주 해태 전)했던 포수다. 충분히 좋은 파트너였다고 다시 공을 돌리고 싶다".

강인권은 역대 12번의 노히트 노런(포스트 시즌 2경기 포함) 중 두 번의 기록을 이끌어내며 유승안(현 경찰청 감독)과 함께 국내 유이한 '2경기 노히트 합작 포수'로 연감과 기록서에 이름을 올렸다. 정민철은 퍼펙트 게임을 놓친 아쉬움보다 평생 한 번 기록하기 힘든 노히트 노런 기록을 세우게 해준 강인권에 대한 고마움을 더 앞세웠다.

정민철의 마지막을 함께 장식한 김인식 한화 감독은 "정민철은 유머 감각이나 성실성과 함께 다른 선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배려심도 갖추고 있다. 좋은 코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그의 대성을 짐작했다. 동료 포수의 실수를 감싸며 '좋은 동료였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은 정민철의 모습에서 그의 밝은 앞날을 예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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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철-강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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