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30여개국을 다녀보니 어느 서점에나 인도·태국·중국·일본 요리책은 있는데 한국 요리책은 없더라고요. 영어로 된 한식(韓食) 요리책이 있어야겠기에 4년 전 쓰기 시작했죠."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요리 연구가 김영자(64)씨가 최근 영어로 된 한식 요리책 'Korean Cuisine'(예경)을 출간했다. 나물·김치·갈비·배숙(배에 통후추를 드문드문 박고 설탕물에 넣어 서서히 끓여 익힌 음료) 등 100가지에 가까운 한국 음식 요리법을 담았다.

김씨는 "각 재료의 이름을 우리말 발음으로 표기한 후 괄호에 영어명을 넣었다"면서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주부들에게 보여줬더니 '이제 이 책을 들고 장을 보러 갈 수 있겠다'면서 좋아했다"고 말했다. "나물들은 맵지 않은 나물, 매운 나물, 아주 매운 나물 순으로 분류했어요. 흔히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이라고 하면 맵다고 생각하는데 맵지 않은 한국 음식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겨울이면 즐겨 먹는 군고구마를 후식으로 만들어 보았어요.”영 어로 된 한국 요리책을 출간한 재미 요리 연구가 김영자씨.

김씨가 염두에 두고 있는 이 책의 주 독자층은 한국에 사는 외국인과 한식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 우리말에 서툰 재미교포 2세들이다.

김씨는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67년 도미, 오랫동안 패션업계에 종사했다. 그가 요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81년 결혼을 한 이후부터다. "결혼 전엔 요리라곤 달걀 삶는 것밖에 몰랐죠.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아 있는데 매일매일 하는 요리,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죠."

뉴욕 레스토랑 스쿨을 수료한 김씨는 80년대 중반 한국에 들어와 무형문화재 고(故) 황혜성 선생의 궁중음식연구원에서 한식을 배웠다. 이후 이탈리아 플로렌스와 프랑스 파리의 요리 학교에서도 공부했다.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뉴욕 파티 서비스 회사에서 파티 음식 만드는 일부터 했어요."

그는 이후 뉴욕의 각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았다. 1995년엔 서양 요리법 및 음식명의 유래 등을 담은 '서양요리'라는 책을 펴내 한국에 서양 요리를 소개했고 현재는 요리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인인 친구 딸이 손님을 초대해서 코스 첫 요리로 산적을, 후식으로 석류 묵을 내놓았다고 하더라고요. 아주 기뻐 '학생이 잘하면 선생이 올라간다'고 칭찬해 줬어요."

김씨는 "앞으로 외국을 다니면서 그 나라 10대들에게 한국 요리를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 들인 맛은 평생 가니까요. 한국 정부에서 한식 전도 대사 같은 걸 맡겨주면 참 좋을 텐데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