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늘, 손님 오신다》는 신선한 만큼 위험한 시도였다. 작가와 연출가, 화법까지 다른 세 편의 작품을 뒤섞어 다층적인 콜라주를 만들었다. 세 쌍의 작가·연출가가 이 공동창작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받은 화두는 '동시대(지금 서울)'라는 단어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로 잉태된 연극은 불친절하고 어지러웠다. 위로도 각성도 주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이 서울인가?
무대는 시끌벅적한 거리의 소음으로 열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등화관제 사이렌이 울리는데, M버거 매니저는 "오늘 밤, 그분이 오신다"며 호들갑이다. 그분이란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고객을 가장해 매장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사람이다. 빌딩 2층에는 성형외과가 있고 공포에 짓눌린 정체불명의 가족이 있다. 그리고 건물 옆 쓰레기 분리수거장에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엄마와 4남매가 산다.
패스트푸드점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쇼퍼〉(장성희 작·구태환 연출), 성형수술과 고립을 강조하는 〈얼굴들〉(최치언 작·최용훈 연출),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사는 한 가족을 들여다보는 〈가정방문〉(고연옥 작·고선웅 연출)을 한덩어리로 묶은 《오늘, 손님 오신다》는 조명을 통해 공간을 나누고 이야기를 교차편집하면서 굴러간다. 멀리 천장 아래에는 CCTV가 스크린을 통해 모든 사건을 녹화·재생하고 있다.
팍팍한 삶에 단련된 듯 "인생은 셀프(self)야!"라고 명랑하게 말하는 매장 종업원, 남의 아름다움을 모방하면서 '나'는 지워지는 성형의 딜레마, 가장 안전한 곳으로 엄마가 선택한 쓰레기장 등은 저마다 동시대의 상처를 들쑤신다. 생각하게 하는 힘도 있다. 〈가정방문〉에서 교사 역을 맡은 정승길처럼 돋보이는 연기도 있다.
하지만 이 연극 속 '한 지붕 세 가족'은 집중하기 어려웠다. 이질적인 것들이 부대끼면서 이야기는 덜컹거렸다. 현실감 있는 인물들과 관념뿐인 인물들의 만남은 어색하고, 기승전결(起承轉結)이 있는 드라마와 그렇지 않은 부조리극의 충돌은 민망하다. 관객이 호응하는 순간은 파편적일 뿐, 의미 있는 감흥에는 이르지 못했다.
《오늘, 손님 오신다》는 서울 남산예술센터(옛 드라마센터) 2009시즌 개막작이다. 새로운 방식의 실험은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격려받을 만하다. '변종(變種)'과 문제작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오늘 우리 연극동네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20일까지 서울 남산예술센터. (02) 758-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