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남자는 멋있는데, 안경 쓴 여자는 별로더라.
살면서 이런 이야기 종종 들었다. 왜 그럴까. 안경 쓴 여자는 멋도 안 부리면서 공부만 하는 여자일 것 같다는 인상 때문일까. 아니면 냉정하게 일만 하는 여자 같아 보여서일까.
사실 드라마만 봐도 시종일관 안경을 쓰고 지내는 여자주인공은 거의 없다. 미국드라마 ‘어글리 베티’처럼 못생긴 여자 주인공임을 티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심지어 이런 경우에도 어느 순간 안경을 벗고 ‘짠’ 변신을 해서 시청자들을 놀래키곤 한다. 안경 쓰고 있는 동안엔 우중충한 이미지였는데, 막상 안경 벗고 화장을 하고 나니 이뻐 보이더라..는 식의 장면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너무나 자주 나온다.
사실 이런 태도를 보면 남자들이 똑똑한 여자를 조금쯤 무서워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보다 똑똑하고 따박따박 말대답도 잘하고 일도 잘하는 여자. 남자들은 그런 여자보단 순진하고 귀여운 여자가 더 다루기 쉽고 편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오랫동안 그래왔다. 안경 쓴 똑똑한 여자들이 예뻐 보이는 건 요즘 들어서다. 나도 이제야 철이 든 걸까.
택시 기사 중엔 아침에 안경 쓴 여자 안 태우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안경 쓴 여자를 태우면 돈이 안 붙는다는 속설이 있다는 거다. 그것 역시 똑똑한 전문직 여성에 일종의 공포심일 수도 있겠다. 남자가 진짜 멋있어지려면 이런 여성들에게 익숙해지고 이들의 능력과 당당함에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즘에도 종종 여성들이 듣는 앞에서 ‘똑똑한 여자는 싫다’, ‘기가 센 여자도 별로다’라고 본인 생각을 마치 연설하듯 떠드는 남자를 만나는데 그 때마다 참 답답하다. 멋은 양복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세 치 혀 끝에서도 나온다는 걸 왜 그런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