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남양주시가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자율통합 건의서를 7일 경기도에 제출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달 말까지 통합대상 기초자치단체로부터 광역 시·도를 경유해 건의서를 접수한 뒤 10월부터 본격적인 통합 준비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석우 남양주 시장은 이날 오전 김문수 경기지사를 만나 구리시와의 자율통합 건의서를 제출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남양주시는 건의서에서 "남양주와 구리는 역사적으로 뿌리가 같고, 주민들 생활권 또한 밀접하며 두 도시가 안고 있는 규제와 면적의 딜레마로 상생하지 않으면 도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통합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 시장은 또 오후에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통합 취지를 설명하고 개발제한구역 해제, 특목고·과학영재고 유치, 지하철·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연장 등 지역 현안 해결도 건의했다. 이 시장은 시민 담화문을 통해 "자율통합의 조기 추진을 통해 더 많은 실익을 얻는 것이 시민을 위한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지난 7월 구리시와의 자율통합을 제안했으나 박영순 구리시장과 시민사회단체가 남양주시의 일방적인 통합 주장이라며 반발해 논의가 벽에 부딪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 건의서를 다시 독자적으로 제출한 것은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해 정면으로 통합 문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영순 구리시장은 이날 "자율통합이라면서 상대방 의사를 무시하고 추진하는 것은 폭거"라고 비난했다. 또 "범시민대책위에서 추진하는 반대 서명운동에 벌써 구리시 유권자의 30%가 넘는 5만명이 서명했다"며 "통합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고 재산권,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걸려 있기 때문에 시민들 반대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행안부 제출 기한인 이달 말까지 여유를 두고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통합 상대인 구리시의 엄연한 반대가 있는 만큼 신중히 검토하고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문수 지사도 "특정 자치단체가 정부에 일방적으로 통합건의서를 제출하면 지역 내 혼란과 갈등이 커질 것이고 상대 자치단체가 반발하면 통합 작업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며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달 말까지 전국의 통합 대상 자치단체들로부터 건의서를 접수한 뒤 다음 달 초에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 여론조사 결과 주민들 찬성이 높은 곳을 대상으로 올해 안으로 지방의회 의결이나 주민투표를 거쳐 통합을 결정할 방침이다. 통합되는 자치단체는 내년 7월 공식 출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