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이 세계적인 고추산업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한 전력투구에 나섰다. 이를 위해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맞춤식 생산, 친환경 재배, 비타민 많은 고추 재배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충남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깨끗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충남 청양군은 인구 3만3000명에 산과 밭이 많은 농촌으로 고추를 빼면 이야기하기 힘든 곳이다. 거리에는 빨간 고추모형 가로등이 늘어서 있고 어디를 둘러봐도 고추밭 천지다. 칠갑산에서 콩밭을 매던 아낙네들도 이젠 모두 고추밭에 매달리고 있다.

명품 '청양고추'는 세계최고!

청양 전체 농가 6800여 가구 중 조금씩이라도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는 무려 85.3%인 5800가구. 작년 재배면적 1006㏊, 생산량 3000t에 이른다. 310억원의 연매출을 올려 쌀(562억원) 다음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효자작물이다.

다만 고추 생산량만 가지고 따지면 전국의 1.2%로 그렇게 많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품질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일교차가 큰 기후와 배수가 잘되는 토양 등 좋은 자연조건을 갖춘데다 '세계 최고의 고추'를 만들겠다는 군과 농민들 열성까지 합쳐져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어서다. 청양군 전략사업단 김선식 특화전략담당은 "명품고추 생산에 매달린 결과, 일반 고추보다 30% 정도 비싸게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청양고추 하면 매운맛 품종 고추로 유명하지만 원산지와 명칭을 두고 논란이 있다. 경북 청송과 영양에서 재배된 매운 고추를 지명 앞글자를 따 '청양고추'라 불렀다는 설과, 충남 청양에서 생산된 매운 품종 고추를 '청양고추'라고 명명했다는 설이 있다. 청양군은 이에 대해 "영양과 청송에서 매운 품종의 고추 종자를 시범재배했던 근거 등을 앞세워 원산지라고 주장하는 등 아직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 우리 군이 2007년 지리적 표시등록을 마치면서 '청양고추'라는 명칭은 청양군만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리적 표시등록을 한 청양고추는 매운 품종의 고추를 포함, 청양 전역에서 생산하는 맵지 않은 고추까지 통틀어 지칭하는 명칭이다.

충남 청양 운곡면 영양리 고추밭에서 한희순(사진 오른쪽)씨가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청양고추는 여섯 가지가 다르다

지난 1일 오전 충남 청양군 청양읍 군량리. 9만8969㎡ 터에 160억원을 들여 고추박물관, 세계고추전시관, 주말농장, 12동의 펜션 등을 갖춘 '청양 고추문화마을' 조성 공사가 한창이었다. 고추산업의 모든 것을 한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고추테마파크로, 내년 8월 말 완공돼 청양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핵심 인프라이자 명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청양군은 2013년까지 404억원을 들여 고추 및 구기자·멜론·밤·표고버섯·맥문동·토마토 등 7가지 주요 농산물을 특화하는 '청양명품 파워7갑' 사업을 추진 중이다.

외국 고추주산지와 자매결연 추진 등 청양고추의 세계화에도 본격 시동을 건 상태다. 군은 고품질 고추 생산을 위해 무제초제, 세척, 햇빛건조, 공동선별, 품질보증, 리콜 등 일명 '6차별화 생산과정'을 도입, 명품고추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민들은 농약 사용을 최대한 줄인 친환경재배로 고품질 고추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농민 200여명으로 구성된 청양고추연구회를 중심으로 철저한 공동 선별작업으로 고품질 고추를 엄선해 판매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한만희 청양고추연구회장은 "생산과정 공개 등 소비자 신뢰 쌓기에 공을 들인 결과, 직거래가 활성화돼 수확 전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군은 또 매운맛, 보통 맛 등 차별화된 14개 고추품종을 농가에 보급, 고른 품질의 고추를 생산하도록 품질 표준화사업에 열심이다.

충남 청양 화성면 기덕리의 그늘건조법을 이용한 청양고추 건조장.

"비타민 15배 많은 '생생고추' 아세요?"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청양군은 작년부터 기능성을 살린 '생생고추'를 출시하고 있다. 올 들어 최신 생산시설을 건립, 본격적인 양산체제도 구축했다. 특허 출원된 고추판에 고추를 끼워 오존 살균하는 그늘건조 시스템으로 생산한 '생생고추'는 비타민C 함량이 일반 햇볕에 말린 태양초보다 15배 이상 높은 것이 특징. 생생고추를 생산하는 청양생생고추영농조합 안기환 마케팅담당은 "기능성 고추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어 올가을 롯데백화점 등에 고가에 납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47억원을 들여 세운 청양고춧가루가공공장은 작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청양고추는 고품질로 승부하면서 한국전통식품박람회 등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방부와 올해 조미용 및 김치용 청양고춧가루 134t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와 함께 청양 하면 청양고추와 매운맛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매운 음식 개발 등 브랜드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김시환 청양군수는 "앞으로 세계 매운맛 축제 등을 개최해 청양을 한국의 매운맛을 알리는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