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은“조용히 맥주 두 잔을 마셨을 뿐, 술집에서 소란을 피운 적이 없다”며 결백 을 주장하고 있다. 정수근이 명예 회복을 위해 신고자 박모씨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KBO의 상벌위원회에 참석한 정수근.

'롯데 정수근이 술에 취해 웃통을 벗고 종업원에게 행패를 부리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11시49분47초. 부산지방경찰청 112 지령실로 신고 전화 한 통이 날아들었다. 이 사실은 다음 날인 1일 언론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고, 롯데 팀은 이날 전격적으로 정수근의 퇴출을 발표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도 지난 3일 "프로야구의 품위를 손상했다"며 '무기한 실격' 처분을 내렸다. 영구제명은 피했지만, 실격조치가 철회되지 않는 한 그라운드에 설 수 없는 중징계다. 지난 2004년과 2008년에도 정수근은 만취 상태에서 폭력을 휘둘러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정수근은 3일 기자와 통화에서 "술집에서 맥주 두 잔 마셨을 뿐 아무 일도 없었다. 술집 종업원(박모씨)이 거짓 신고를 한 것"이라며 억울해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소속팀 롯데와 KBO의 결정은 맥주 두 잔에 선수생명을 빼앗은 가혹한 처사라는 얘기가 된다. 31일 밤 해운대 센텀시티에 있는 문제의 술집에선 실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제보자인 술집 종업원 박모씨와 롯데 구단 관계자, 경찰 등을 직접 만나 '사건 속'으로 들어가 봤다.

신고한 진짜 이유는?

31일 신고를 받은 해운대경찰서 재송지구대 소속 경찰이 모 상가 건물 6층에 있는 술집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53분. 현지 경찰에 따르면,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자 종업원 박씨가 술집 입구에서 "정수근이 더는 행패를 부리지 않는다. 다시 소란피우면 또 신고하겠다"고 해, 밖에서 10분쯤 대기하다 철수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술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 당시 정수근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진 못했다"고 했다.

경찰 얘기를 듣고 기자는 정수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가족들과 일식집에서 식사하고, 밤 10시30분쯤 그 술집에서 혼자 생맥주 500cc 두 잔을 마셨다. 종업원이 신고한 줄도, 경찰이 출동한 줄도 나는 몰랐고 12시가 넘어 술집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씨는 왜 신고전화를 했을까. 사건 다음 날 종업원 박씨와 두 차례 통화했다는 롯데 조현봉 운영팀장의 말은 이랬다. 조 팀장은 "1일 낮 12시쯤 박씨에게 신고한 이유를 물었더니, '정수근이 난동을 피운 적은 없고 윗옷을 벗고 혼자 술을 먹고 있어서 문제가 될 것 같아 신고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조 팀장은 곧바로 정수근에게 확인했으나, "윗옷을 벗은 사실 없다"고 해 오후 2시쯤 다시 박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박씨가 "나도 롯데 팬인데 한창 4강 싸움을 하고 있는데 술 마시는 모습이 아니꼬워 그랬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 조 팀장의 얘기였다.

정수근이 지난달 31일 맥주를 마신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의 한 술집 입구. 정수근이 술을 먹고 행패를 부렸느냐에 대한 진실 공방의 현장이다.

박씨 "경찰에 허위신고 사실 밝힐 것"

신고자인 박씨를 만나기 위해 기자는 3일 오후 그 술집을 찾았다. 'B 호프'라는 간판이 붙은 그곳은 레스토랑과 호프집을 겸해 각종 주류를 파는, 20여개 테이블을 갖춘 업소였다. 청소를 하고 있던 박씨는 처음엔 "할 말이 없다"고 하더니,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죄책감에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주방에서 일하다 홀에서 혼자 술마시는 정수근을 봤다. 당시 갈색 상의를 입은 정수근이 윗옷을 벗은 것으로 잘못 봤고 다른 손님이 들어오면 문제다 싶어 신고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출동한 경찰을 그냥 돌려보냈고 이후 대리운전을 불러 정수근을 태워 보냈다"는 것이 박씨 얘기의 요지였다. 박씨는 "순간적으로 생각을 잘못해 큰 실수를 했다. 정수근의 선수생명이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경찰에 나의 잘못을 밝힐 용의가 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정수근 "법적 조치를 검토 중"

기자의 취재 결과 신고자 박씨, 경찰, 롯데 관계자 얘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 팀도 적어도 정수근이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롯데는 전격 퇴출 결정을 내렸을까. 취재 결과 정수근은 B 호프에서 나와 다시 인근 포장마차에서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고 이것이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4강 진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전력'이 있는 선수가 할 행동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정수근도 "최근 하는 사업이 속을 썩인다. 사업 문제 때문에 할 수 없이 나간 술자리였다"며 "구단 조치는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KBO 결정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정수근은 말했다. 그는 "박씨가 잘못을 인정해 법적 조치는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명예회복을 위해선 불가피하게 됐다"며 "박씨에 대한 고소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BO는 징계철회를 위해 정수근이 사법기관에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수근 사건'은 어떻게 결말지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