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눈이 달라졌다, 코가 달라졌다 하는 얘긴 옛날 얘기죠. 요즘엔 가슴, 종아리 부분이 달라진 것까지 화제죠. 그런 거 자꾸 보다 보니 저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증세가 생기더라고요."(22세 여성)
"요즘은 보톡스를 맞거나 필러 같은 거 주입하는 간단한 시술이 많잖아요. 예전엔 방학 기간에 날 잡아 시술하는 선배들이 많았는데 요즘 제 친구들은 학기 중에도 조금씩 고치고 다니죠."(23세 여성)
성형공화국 대한민국. 특히 나이 어린 여대생들까지 성형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데 과연 그럴까. 과연 어느 정도가 수술을 받고, 그들은 왜 얼굴에, 몸에 손을 댈까. 건강보험시험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2분기 기준 전국 성형외과수는 729개(전문의 수는 1242명). 업계는 성형 시장 규모를 한 해 약 5조원으로 추산한다. 그중 여대생은 50%. 지난해 여대생 딸을 위해 부모가 지출한 돈은 약 2조 5000억원이 된다는 얘기다.
본지가 라이프스타일 케이블 채널인 '올리브 채널' 홈페이지와 '면대면(面對面) 설문 방식'을 통해 지난 5일부터 23일까지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전체 여대생 2041명의 25%인 490명이 '성형 유경험자'라고 답했다. 유경험자 중 약 80%인 404명은 '또 하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성형 시기는 주로 대학입학 전후. 고등학교 졸업 직후 대학입학식 사이 120명, 대학 재학 중 185명, 졸업 뒤 취업 전후가 141명이었고, 초등학교 때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1회 받은 사람은 371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3회 이상 받은 사람도 28명이었다.
부위별로는 눈이 428명으로 압도적이었고 코(97명), 얼굴을 갸름하게 하는 보톡스주입(22명), 이마 입술 등 볼륨 성형(16명), 지방 흡입(15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복수 응답). 이마에 보형물이나 지방을 주입하거나 입가 팔자주름 부위를 덜 눈에 띄게 해주는 귀족 수술 등 얼굴 모양새를 다듬는 시술을 합하면 45명 정도 됐다.
'취업'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해 성형을 택했다는 의견은 약 13%. 오히려 '친구 따라' '연예인들 대부분 하는 거라서' '쉽게 할 수 있어' 등 심사숙고하지 않고 결정한 경우가 62%에 달했다. '동안(童顔) 트렌드 때문에'라고 답한 사람도 11%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만족하면서 살고 있을까. 수술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 1551명 중 1245명(약 80%)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받고 싶은 부위는 눈―코―안면윤곽―지방흡입 순이었다.
문제는 성형을 '선택'의 문제라 생각하는 요즘 세태. 보톡스나 필러 시술은 '주사 한 번이면 끝'이라는 생각 때문에 불법 시술을 받는 것도 아무 거리낌 없이 여긴다는 것이다. 불법 시술 시장 규모는 정확히 집계되진 않았지만 한 해 약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압구정동 서재돈 성형외과 원장은 "부작용으로 필러가 흐르거나 얼굴에 염증이 생겨 얼굴에 칼을 대야 할 환자들이 종종 찾아온다"며 "불법 시술은 보통 한두 달 정도는 문제가 없다. 그 이후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술한 대학생을 보고 바로 주변 친구들이 불법 시술로 향하는 일이 많아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이라는 점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성인이 됐기 때문에 얼굴에 손대는 건 자기 주관이라며, 주변의 만류에도 계속 성형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는 것. 압구정 JK성형외과 백혜원 원장은 "분명 이상이 없는 데도 다른 병원에서 수차례 재수술을 받은 뒤에 마음에 안 든다며 수술을 해달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그럴 경우 잘 설득해 돌려보내지만 언제 또 어느 병원 수술대에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을 유혹에 빠지게 하는 과대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대한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홍보이사인 홍정근 성형외과 전문의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제품인데도 성형외과나 각종 체형 클리닉들이 경쟁적으로 영업을 벌이다 보니 마치 '기적의 시술'인 양 소비자를 유혹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