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이다'는 속담이 있다. 데뷔를 앞둔 아이돌 걸그룹에겐 '이름이 반이다'고 할만하다.

1996년 아이돌그룹 'H.O.T'가 데뷔했을 때 이들을 '핫'이라고 부르는 어른들이 적지 않았다. 2005년 등장한 'SS501'도 비슷했다. '더블에스 오공일'이 정식 명칭이지만 '에스에스 오백일'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어 우스갯감이 되곤 했다. 이로 인해 인기그룹 이름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지, 멤버 숫자와 얼굴-이름을 연결시킬 수 있는지가 신세대와 구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번엔 'f(x)'다. 역시 어른들에게 어렵긴 마찬가지. 수학의 함수를 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혹시 아닐까봐' 크게 소리내어 읽기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그게 정답이다. 한글로 '에프엑스'이고, 수학의 함수에서 의미를 가져왔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미지수 'x'의 값에 따라 결과가 변하는 수식처럼 멤버들의 다양한 재능과 매력을 앞세워 글로벌 무대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물론 중의적인 의미도 있다. 'f'는 꽃(flower)이고, 'x'는 여성염색체(XX)를 뜻한다고 한다. 꽃처럼 예쁜 걸그룹이다.

작명에 공을 들인 덕분인지 'f(x)'는 아직 데뷔 무대를 갖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과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독특한 그룹명 덕분에 호감을 갖게 됐다는 네티즌들이 상당수 눈에 띈다.

1020세대 팬들은 'f(x)'를 '함수그룹'으로, 5명의 멤버들은 '함수녀'라고 부른다. 일부에선 '함순이'라는 귀여운 애칭까지 붙여줬다. '팬클럽 이름은 무조건 Y로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수학에서 함수를 'y=f(x)'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그룹명이 f(x)이니 EBS(교육방송)를 통해 데뷔하는 게 맞지 않냐'는 유머 댓글도 등장했다.

한 네티즌은 아예 수학용어를 총동원해 'f(x) 관련 용어집'까지 착안해냈다. 눈에 띄는 것은 ▶안티팬은 '역함수'라고 부른다 ▶멤버 전원이 출연하면 '적분', 따로 활동하면 '미분'이다 ▶멤버 전원을 뭉뚱그려 말할 때는 시그마(Σ) 기호를 쓴다 등이다.

'f(x)'는 1일 온라인 음악사이트를 통해 데뷔곡 '라차타(LA chA TA)'를 공개했다. 또 2일 삼성동 섬유센터에서 마련하는 단독 쇼케이스를 통해 뮤직비디오를 최초 공개하고 데뷔 무대를 갖는다. 지상파 방송 첫 출연은 5일 MBC '쇼! 음악중심'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