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0 일본 중의원 총선거는 민주당 '미녀 자객'들의 활약으로 볼거리도 풍성했다. 연립 여당인 자민·공명당의 거물들을 제거하기 위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대행이 선발한 이들 '오자와 걸(girl)'은 저마다 이변을 연출하며 관전 재미를 더했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후쿠다 에리코(福田衣里子·28) 후보는 나가사키(2구)에서 자민당의 규마 후미오(久間章生·68) 전 방위상을 제압했다. 후쿠다 당선자는 작년에 국가를 상대로 C형 간염 치료제 피해 소송의 원고 대표를 맡아 승소한 시민 대표 출신이다. 작년 말 오자와 당시 민주당 대표의 전화를 받고 정계에 입문한 말 그대로 '정치 신출내기'다.

키 150㎝의 단신(短身)에 허약 체질이지만 경차(輕車)를 타고 무려 100㎞에 달하는 선거구를 매일같이 구석구석 누볐다. "미래를 바꾸려면 지금밖에 없다"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아나운서 출신의 아오키 아이(靑木愛·44) 민주당 전 참의원 의원은 도쿄(12구)에서 공명당의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63) 대표라는 '대어(大魚)'를 낚았다. 오타 대표 본인조차 낙선을 예상 못해 '패자부활전' 성격인 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중복 출마하지 않았다가 의원직을 상실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망신을 당했다. 아오키의 당선은 '자민·공명 연립 정권의 심장부'를 점령했다는 의미가 있다.

민주당의 에바타 다카코(江端貴子·49) 당선자는 도쿄(10구)에서 '오자와 걸'이 '고이즈미 걸'인 자민당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57) 전 방위상을 꺾은 케이스. 고이케는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자민당 총재가 정적(政敵)을 꺾으려고 표적 공천한 '여성 자객 1호'다. 지난 4년 간 방위상을 지내며 자민당의 거물로 성장했지만 에바타는 생활 밀착형 정치를 표방하며 전철역을 중심으로 명함 10만장 이상을 뿌리는 강행군 끝에 고이케를 제쳤다.

또 다른 여성 자객 고바야시 치요미(小林千代美·40) 전 의원은 홋카이도(5구)에서 자민당 최대 파벌 마치무라파의 수장(首長)인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64·8선) 전 관방장관을 물리쳤다.

중의원 비서 출신인 다나카 미에코(田中美繪子·33)와 후지TV 출신의 미야케 유키코(三宅雪子·44)는 각각 모리 요시로(森喜朗·72)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73)를 상대로 개표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다. 미녀 자객들의 매서운 '검술(劒術)'에 총리까지 지낸 자민당의 원로들은 진땀을 뺐다. 이 두 여성 자객은 지역구에선 석패했지만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돼 자민당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밖에 교토(5구)에서 9선의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64) 전 재무상에게 출사표를 던진 오하라 마이(小原舞·35) 전 환경단체 대표, 에히메(1구)에서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58) 전 관방장관과 맞붙은 나가에 다카코(永江孝子·49) 전 아나운서도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