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프랑스 프로축구 1부리그 발랑시엔 소속의 남태희(18)가 지난 9일(한국시각) 역대 최연소로 유럽리그 출전기록을 세웠다. 남태희는 이날 프랑스 발랑시엔 스타드 난제세르에서 열린 2009~2010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1부리그 AS 낭시와의 1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18분 교체 선수로 그라운드에 투입돼 30여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국선수로는 18세 1개월6일의 가장 어린 나이에 유럽축구 1부리그 무대에 선 것. 울산고 출신의 남태희를 발랑시엔에 진출시킨 이가 그의 에이전트인 김동국 지쎈 대표(46)다. 같은 발랑시엔 2부리그 소속의 김원식(17)과 잉글랜드 2부리그 와포드의 이용재(18)도 김 대표가 그동안 공을 들여 키워온 유망주. 이영표(사우디 알힐랄)와 설기현(풀럼) 정조국(FC서울), 유병수(인천) 등 김 대표는 20여명의 축구선수 에이전트로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3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있는 지쎈 사무실을 찾아 김 대표의 7년간에 걸친 에이전트 생활을 들어봤다. 지쎈에는 현재 국내 직원 5명, 해외상주 직원 2명(런던 1명, 브라질 상파울루 1명)이 근무하고 있다.




스타 만드는 '한국의 제리 맥과이어'…




①이영표-설기현-정조국 에이전트 김동국 지쎈 대표




언론사 축구기자 10년 밑천 삼아 2002년 스포츠마케팅 회사 차려

7년 동안 이동거리 지구 40바퀴 … "영어 - 제2외국어도 능해야…"

협상 테이블 두둑한 배짱 필수 … 해외이적 선수 연봉 10% 수수료



◆7년간 지구 40바퀴

서울대 불문과 출신의 김 대표는 대학졸업 후 언론사 축구기자로 10여년 간 일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개인 사업을 하기 위해 에이전트와 스포츠마케팅 회사를 차린 것은 지난 2002년.

역시 직장생활을 하다가 사업을 하는 게 만만찮았다. 스포츠 마케팅 부문에서만 1년간 수억원을 까먹은 김 대표는 2003년부턴 에이전트 업무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용병도 수입하고 국내선수들을 해외로 진출시키기 위해 해외출장이 잦았다. 처음에는 외국의 에이전트나 구단 관계자들과 만나 영어가 서툴러 고생을 많이 했다. 그래도 당장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보니 필사적으로 매달리니까 웬만큼 통했다."

김 대표는 올해에도 6번이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프랑스와 독일, UAE(아랍에미리트), 오스트리아 등이 그의 출장국.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14일 이영표가 입단한 사우디 알힐랄클럽의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지를 찾았다가 6일만에 귀국했다. 알힐랄에 새 둥지를 튼 이영표를 전지훈련지에 합류시키기 위해서였다.

김 대표는 "에이전트 생활을 한 이후 외국항공사 마일리지까지 포함할 경우 비행기 이동거리가 100만 마일이 넘는다"고 했다. 지구 한 바퀴가 약 2만5000마일 정도이므로 7년 간 40바퀴 이상을 돈 셈이다.

"지난해에는 해외에서 4개월 정도 체류했다. 해외에 나가면 시차도 있고 해서 체력관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호텔을 예약할 때 수영장 등 체력단련 시설이 잘 되어있는가를 가장 먼저 체크한다. 이영표가 네덜란드 에인트호벤에서 잉글랜드 토트넘으로 진출한 2005년에는 네덜란드의 한 호텔에서 1개월이 넘게 머문 적도 있다."

국내에 머물 때도 유망주 발굴을 위해 경기장을 쫓아다니고 시차가 있는 유럽의 구단 관계자 등과 전화통화를 하느라 자정이 넘어서야 퇴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을 취미로 삼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직업이 축구 에이전트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영어는 CNN과 BBC를 꾸준히 시청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제는 외국인에게 자신의 감정까지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회화실력을 갖추고 있다. 또 매일 유럽이나 중동의 구단 관계자들과 영문으로 이메일을 주고받는데 거의 불편함이 없는 단계다.


"에이전트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영어의 말하기와 쓰기는 필수다. 영어 이외에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독일어 등 제2 외국어도 한 가지 확실히 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협상에선 배짱이 중요

김 대표는 소속 선수들을 이적시킬 때 중간에 에이전트를 통하지 않는다. 이적하고자 하는 구단과 직접 접촉하는 것이다.

그는 "가령 유럽의 에이전트에게 우리 선수 이적의뢰를 하면 그 에이전트는 어느 팀에 좋은 자리가 날 경우 자기가 데리고 있는 선수부터 집어넣는다. 한국의 대표급 선수들이 유럽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현지에서 테스트를 받았으나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현지 에이전트를 통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직접 구단과 상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적협상은 이런 식이다. 일단 자신이 데리고 있는 선수로부터 이적희망 1순위 팀을 접수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당 구단의 선수 스카우트 담당 고위 임원 전화번호를 알아낸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전후 사정을 설명한 뒤 직접 만나 이적협상을 벌인다. 이적협상에서 김 대표는 과감하게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이적협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돈이다. 유럽의 경우 협상 상대인 구단 측에선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에이전트에게 먼저 연봉과 이적료를 제시해 보라고 한다. 이때 계약에만 목적을 두고 선수의 가치를 낮춰잡아 금액을 제시하면 상대에선 아마추어로 보고 더 낮은 금액에 후려쳐 계약하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약간 더 높게 부르면 처음에는 '너무 많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 금액이 아니면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큰소리를 치면 오히려 달라붙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최근 사우디 등 중동축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지난해에는 설기현이 알힐랄에 입단, 한 시즌을 마친 뒤 프리미어리그 풀럼으로 복귀했고 최근 이영표가 18억원의 연봉으로 알힐랄에 입단했다. "사우디 클럽들은 오일 달러를 앞세워 많은 돈을 쓴다. 알힐랄 클럽 같은 경우 돈 씀씀이가 프리미어리그 팀 못지않다. 이영표에겐 100평(약 330㎡)이 넘는 정원 딸린 고급 빌라와 고급 승용차가 제공된다. 올해부터 AFC가 아시안 쿼터제(3명의 용병한도 이외에 아시아선수 1명을 더 등록할 수 있는 것)를 도입한 이후 한국축구에 관심이 많다. 특히 중동클럽들에선 한국선수들의 기량은 물론이고 정신력에 후한 점수를 준다. 이슬람 국가여서 여가활동에 제한을 받는 단점이 있지만 돈을 번다는 목적으로는 유럽클럽에 비해 처질 게 없다. 시즌은 8월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이다. 9~10월엔 경기가 열리는 밤 8시30분 이후 기온이 섭씨 25도 안팎이다. 하지만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밤 시간 온도가 섭씨 15도 정도로 운동하기에 좋다."



◆수지 맞추기 힘든 시장 여건

김 대표는 설기현과 이영표 등 외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의 경우 매년 연봉의 10%를 에이전트 수수료로 받는다. 이적시 이적료의 10%가 에이전트 몫이다. 그런데 국내 구단에서 뛰고 있는 소속 선수들로부터는 관행에 따라 계약 첫해 연봉의 5%만 받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않다. 또 외국에서 영입하는 용병들도 연봉의 5%를 수수료로 받는다.

김 대표는 "해외에 내보낸 선수 없이 국내구단에 소속된 선수와 용병 영입으로는 사무실 유지하기도 힘들다. 20여개의 축구 에이전트사 중 절반 이상이 적자"라고 말했다. 국내 프로축구단에선 에이전트의 존재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풍토가 강하고, 시장규모도 유럽에 비해 턱없이 작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스타선수들을 보유하고 있고 에이전트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외부에선 화려한 직업으로 바라보지만, 에이전트 사업은 좀처럼 수지를 맞추기가 힘든 열악한 구조라고 했다. 철저한 준비없이 뛰어들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것.

김 대표는 "에이전트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수는 물론이고 거래 구단 및 유럽의 유력 에이전트들과도 탄탄한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선수와 에이전트와의 계약기간은 FIFA 규정상 2년이다. 김 대표는 이영표와는 지난 2002년부터, 설기현과는 2006년부터 계약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지도 낮았던 2007년 과감히 베팅




②김연아 에이전트 구동회 IB스포츠 부사장




경기력에 신경 장기전훈 등 투자

밀려드는 CF-이벤트 선별 관리

평소엔 이메일로 훈련상황 체크

"90%는 김연아의 경기력, 10%는 마케팅에 비중을 두고 업무를 진행합니다."

구동회 IB스포츠 부사장이 밝힌 김연아 매니지먼트 원칙이다. IB스포츠의 김연아 관리는 성공적인 매니지먼트의 사례로 꼽힌다.

IB스포츠가 김연아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 2007년 4월. 당시만 해도 김연아는 세계 톱클래스의 피겨 선수가 아니어서 인지도가 낮았다. IB스포츠는 계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김연아의 장기 캐나다 전지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수억원대의 비용이 들어가는 프로젝트였음에도 과감히 베팅을 했다. 김연아가 안정적인 여건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야만 김연아 본인이나 IB스포츠가 함께 윈윈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김연아에게 광고제의를 해오는 기업도 없었다.

하지만 2년여가 흐른 지금, 김연아는 피겨 세계 정상에 섰고 IB스포츠도 밀려드는 CF와 각종 이벤트 등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김연아의 광고계약은 보통 1년에 건당 8억~10억원을 호가한다. 연예인을 통틀어 국내 톱클래스다. IB스포츠에서 김연아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관여하는 인원만 해도 구동회 부사장을 비롯해 김영진 이사, 최현종 차장, 김원민 대리, 하주희 사원 등 5명이다.

구 부사장은 "좋은 조건의 광고제의가 들어오더라도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우선적으로 광고촬영 때문에 김연아의 훈련에 방해가 되지않는가를 점검하고 피겨선수로서의 이미지를 깎아먹지는 않을지를 검토한 뒤 수락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김연아는 현재 10여개의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상태다.

구 부사장은 김연아는 '매사에 성실하고 노력하는 선수의 전형'이라고 칭찬했다. "2008년 1월 1일에 캐나다에 있던 김연아에게 국제 전화를 했는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새해 첫날인데 왜 쉬지 그랬냐'고 했더니 '내가 쉬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겠느냐'고 했다"라며 김연아의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김연아의 성격이 쾌활하고 붙임성도 좋아 IB스포츠 직원들과는 한 식구처럼 지낸다고 했다.

구 부사장을 비롯한 IB스포츠 '김연아 팀' 중 훈련지인 캐나다 토론토에 상주하는 인원은 없다. 토론토에서 어머니 박미희씨가 김연아를 뒷바라지하고 훈련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진행하기 때문에 굳이 곁에서 지원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소 박미희씨 및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김연아의 훈련상황 및 컨디션을 체크한다. 캐나다 이외의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참가 때만 2~3명이 현지로 날아가 홍보 등 각종 지원업무를 한다. 또 김연아의 홈페이지도 관리하고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내 언론에 보도자료를 낸다.

구 부사장은 "김연아는 국민적인 스타다. 때문에 이벤트 등을 진행하면서도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모든 국민들이 좋아할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김연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그녀가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마치 내가 금메달을 목에 건 것처럼 기쁘고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